[쿠키 문화] 쟈니리(히트곡:뜨거운 안녕) 남일해(못다한 사랑, 빨간 구두아가씨) 정원(허무한 마음) 쟈니브라더스(빨간 마후라), 진송남(덕수궁 돌담길) 명국환(백마강) 박일남(갈대의 순정) 문정선(파초의 꿈, 보리밭) 김상진(고향이 좋아) 남상규(고향의 강) 안정애(대전 부르스) 안다성(바닷가에서, 호수의 소야곡)….
1950∼70년대 가요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가수들이다. 지금은 모두 환갑이나 칠순을 넘겼고 활동을 접거나 뜸하지만 한창 때 그들의 인기는 요즘 아이돌 스타들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이들이 유랑극단을 만들어 다음달부터 노인들을 상대로 전국 순회공연에 나선다.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단원들을 섭외하며 창단을 주도한 ‘뽀빠이’ 이상용(65)씨의 별명을 딴 ‘뽀빠이유랑극단’이라는 이름으로. 이씨는 단장을 맡았고 MC로 공연에 참여한다.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창단식을 갖고 공연 준비에 한창인 뽀빠이유랑극단의 박영대(56·사진) 대표는 15일 “창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공연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용씨의 ROTC 후배로, 70∼80년대 연예기획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 극단의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지는 대표를 맡았다.
박 대표는 “노인 인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분들이 즐길만한 문화는 별로 없다”며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 시절 가수들이 직접 펼치는 공연은 노인들에게 큰 기쁨과 활력이 될 것”이라고 창단 취지를 설명했다.
공연에는 원로가수들 외에 전속 악단과 무용단, 원로 코미디언(방일수, 원일씨) 등이 함께 출연해 옛 극장쇼를 연출하며 흥을 돋울 예정이다.
2시간 가량 진행될 공연의 관람료는 무료이다. 원로가수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고, 노인세대들을 위한 위문잔치를 펼쳐보자는 뜻에서 극단을 창단했기 때문이다. 유랑극단은 또 상품 홍보·판매 등 상업성은 철저히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박 대표는 “공연비용은 문화체육관광부나 지방자치단체, 대한노인회, 공연 지역 출신 기업인 등의 후원으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취지가 좋아서인지 반응이 괜찮은 편이다”고 말했다.
유랑극단은 다음달 4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국 순회 공연에 나선다. 어버이날인 8일 저녁에는 서울 전농동 배봉산공원 야외공연장, 9일에는 용인, 28일에는 부산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경남 함양, 전북 진안, 충북 음성, 강원도 영월 등 다른 지자체들과도 공연 협의가 진행중이다.
박 대표는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적 혜택이 적은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주 1회꼴로 순회공연에 나설 계획”이라며 “원로가수들과 올드팬들이 ‘그때 그 시절 그 노래’로 함께 어우러지는 신명나는 잔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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