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지체장애인을 야산으로 끌고 가 옷을 벗긴 뒤 인정사정없이 폭행해 숨지게 한 인면수심의 10대 두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구걸을 해서 받은 돈 몇 천원을 빼앗으려다 벌인 참극이었다.
대전 소재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임모(19)군은 지난 4일 서울 동선동 성신여대 앞에서 여자친구를 만난 뒤 오후 11시30분쯤 지하철 4호선 창동행 열차를 탔다. 창동역에서 1호선을 갈아타고 월계동 집으로 가던 임군의 눈에 지하철 안에서 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니며 구걸을 하던 지체장애인 문모(35)씨가 들어왔다. 문씨는 천원짜리 지폐 몇 장을 주머니에 꾸겨넣고 있었다.
임군은 성북역에서 문씨를 따라 내린 뒤 바구니를 빼앗으려했다. 문씨가 반항하자 인근 야산 계곡에 있는 텃밭으로 끌고 갔다. 역 근처에서 우연히 만난 동네 후배 장모(17)군도 함께였다.
임군 등은 문씨에게서 심한 악취가 난다며 옷을 벗긴 뒤 주먹과 발로 전신을 폭행하고 가슴을 짓밟았다. 등에는 신발 자국대로 피멍이 들 정도였다. 임군은 범행 후 텃밭 주인 박모(60)씨가 기르던 흰색 진돗개 새끼 한 마리를 훔친 뒤 현장을 떠났다. 경찰이 문씨를 발견했을 때 문씨가 입고 있던 옷에선 1000원짜리 지폐 한장과 동전 몇 개가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문씨의 사인은 다발성 늑골 골절과 폐천공이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15일 임군과 장군에 대해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문씨는 2007년 경기도 평택에 있는 재활원에서 나와 형과 함께 생활하다 지난해 9월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문씨는 지능지수가 초등학교 4학년 수준으로 집을 나가면 찾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지하철역 주변 CCTV 화면에서 임군이 문씨의 뒤를 쫓아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지난 14일 임군의 학교 인근에서 붙잡았다. 임군은 경찰조사에서 "12살 때 노숙인에게 발가벗겨진 채 맞은 적이 있어 보복하려고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뭔데 그래◀ 노무현 전 대통령 인터넷 정치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