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깜짝 유세…수십만 군중 환호

만델라 깜짝 유세…수십만 군중 환호

기사승인 2009-04-20 17:14:01
[쿠키 지구촌] “넬슨 만델라! 넬슨 만델라!”

1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파크 경기장. 총선을 사흘 앞둔 집권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마지막 대규모 유세장에 백발의 넬슨 만델라(90)가 예고 없이 나타났다.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제이콥 주마(67) ANC 총재도 있었지만 수십만 군중의 시선은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 만델라에게 쏠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 이 광경을 ‘노쇠한 영웅이 주마의 대관식을 훔쳤다’고 보도했다.

노영웅은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았으나 그 걸음은 자유를 향한 남아공의 역사처럼 느리고 불안했다. 그러나 경기장과 거리에 모인 40만 군중은 만델라의 뜻밖의 출연에 열광했다. 다니엘 테보고(32)는 “만델라를 실물로 보다니 아마도 내 생애 마지막 순간일 것”이라고 기뻐했다. 그는 “만델라가 어른이라면 주마는 성장기 소년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만델라 때문에 ANC를 지지하는 것이지 주마 때문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마는 22일 총선에서 ANC가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 된다. 남아공은 의회에서 간선으로 대통령을 뽑는데, 주마는 60% 이상 득표가 예상되는 집권당 총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판은 엇갈린다. 만델라와 10년 감방 동기인 주마는 정치적 협상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성폭행과 뇌물수수 등 부패의 상징이라며 혐오하는 사람도 많다. 만델라가 유세장에 깜짝 등장해 정치적 단결을 촉구한 것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것이다. 노쇠한 만델라는 연설할 기운이 없었다. 대신 준비한 비디오를 통해 “가난을 뿌리 뽑고 인종차별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당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승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