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미네르바’ 박대성씨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인터넷에 허위 글을 올린 네티즌에 대한 형사처벌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가 ‘글을 쓸 당시 허위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과 ‘공익을 해칠 목적이 있을 것’ 등 2가지 요건을 충족할 때만 전기통신기본법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은 이번 판결이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허위 사실 올린 건 맞다=검찰은 박씨가 인터넷에 올린 280여편의 글 중 지난해 7월 30일 게재한 ‘드디어 외환보유고가 터지는구나’와 12월28일 올린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 -1보’ 등 2개의 글을 문제 삼았다. 첫번째 글은 외환보유고가 고갈돼 정부가 외화예산 환전업무를 중단했다는 내용이고, 두번째 글은 정부가 주요 금융기관과 수출기업에게 공문을 보내 달러매수를 금지시켰다는 것이다. 검찰은 명백한 허위사실을 담은 글을 유포해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정부 경제정책에 혼선을 야기했다며 박씨를 구속기소했다.

재판부는 이 글의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서 검찰과 판단을 같이했다. 정부가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외화예산 환전업무를 중단하 게 아니며, 긴급공문을 보낸 사실도 없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허위라는 인식,공익 해칠 목적 없었다=재판부는 그러나 박씨가 글을 작성할 당시 허위라고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 공익을 해칠 목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외화예산 환전업무의 정확한 개념을 오해한 상태에서 인터넷 자료와 기사를 종합한 후 경제지식을 더해 글을 작성했다”며 “자신의 글이 ‘허위의 사실’이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판시했다. 또 “박씨가 문제의 글을 올린 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바로 사과하고 삭제한 점, 인터넷 경제 토론방은 누구나 접속해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박씨에게 공익을 해칠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허위의 내용인 줄 알고 글을 올렸더라도 공익을 해칠 목적이 없었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그러나 “박씨가 글을 올릴 때 허위임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었는데도 재판부가 무시했다”며 반발했다.

◇네티즌,당연한 결과 vs. 최종 판결 봐야=법원의 미네르바 무죄 판결에 대해 많은 네티즌이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아이디 ‘change’를 쓰는 한 네티즌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터넷에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썼다고 잡아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오랜만에 접한 정의로운 소식에 기쁨을 금할 길이 없다”고 이번 판결을 옹호했다.

미네르바의 행동은 도가 지나쳐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이디 ‘rlaehdghrytn’은 “반드시 항소해 최종 판결을 봐야 한다”면서 “미네르바 같은 사람이 이 땅에서 헛소리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는데 이대로 방관할 것인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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