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생 ‘최고령 바둑리거’ 조한승 9단이 팀을 챔피언 결정전에 올렸다. 조 9단은 포스트시즌 전 경기 출전해 5전 4승1패라는 경이로운 성적으로 마한의 심장 영암의 ‘승리 요정’으로 떠올랐다.
정규시즌 4위 마한의 심장 영암은 2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친 2024-20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에서 원익을 3-2로 격파하고 챔피언 결정전 티켓을 따냈다. 1국 용병 맞대결에서 ‘대만 용병’ 쉬하오훙 9단이 ‘중국 용병’ 진위청 9단에게 패하면서 흔들렸지만, 주장 안성준 9단과 2지명 설현준 9단, 5지명 조한승 9단으로 이어지는 득점포가 가동되면서 창단 첫 챔프전 진출을 이뤘다.
정규시즌 2위 원익으로선 이희성 감독의 오더 전략이 아쉬움을 남긴 결과였다. 중국 용병 진위청 8단과 주장 박정환 9단의 승리로 2-1로 앞선 상황에서 정규리그였다면 2지명 이지현 9단을 출전시켜 빠른 승부를 보는 게 원익의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희성 감독은 이날 김은지 9단을 먼저 내보내면서 상대 2지명 설현준 9단과 정면 대결을 피했다. 이 선택으로 결국 승부는 5국까지 이어졌고, 영암의 승리 요정 조한승 9단을 막아내지 못한 채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이번 시즌 바둑리그는 외국인 선수(용병)와 4지명까지는 각 팀 감독이 직접 선발하는 드래프트 형식, 5지명만 선발전을 통해 뽑는 방식으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1차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조한승 9단이 치열한 선발전을 뚫고 최고령 바둑리거로서 5지명으로 합류한 것만으로도 후배 기사들의 귀감이 된다는 평가였는데, 조 9단은 포스트시즌 들어 승률 80%를 기록하면서 그야말로 펄펄 날고 있다. 조 9단이 거둔 4승은 모두 팀 승리를 결정하는 최종국이었다.
국후 인터뷰에서 조한승 9단은 “어제(PO 2차전) 아쉬운 대국을 져서 오늘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운이 따랐다”면서 “상대 이지현 선수가 당연히 이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실력 발휘를 못한 것 같다”는 특유의 겸손한 소감으로 운을 뗐다. 이어 조 9단은 “제가 약자 입장이기 때문에 편안하게 두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번 한국바둑리그에서 운이 많이 따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한의 심장 영암을 든든하게 이끌고 있는 주장 안성준 9단은 “제가 (2국에서) 이겼을 때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고, 4국에서 행운의 승리가 나왔다”면서 “5국에서 조한승 사범님이 너무 잘 두셨다. 챔프전에 올라가서 기쁘다”고 총평했다. 이어 안 9단은 “영암에서 고구마, 육포를 보내주시는 등 많은 지원을 해주셔서 힘이 난다”면서 “챔프전에서도 좋은 바둑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영암은 바로 내일인 3일부터 5일까지 3일 연속으로 정규리그 1위 영림프라임창호와 챔피언 결정전을 펼친다. 챔피언 결정전은 3판 2선승제로 진행하며, 2승을 먼저 거두는 팀이 2024-2025시즌 챔피언에 등극한다.
2024-20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동일한 1분 10초(피셔 방식) 초속기로 진행하며 각 대국은 순차적으로 열린다. 우승팀에는 2억5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준우승 상금은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