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로 서방의 캐시미어 수요가 급감하면서 빚을 못 갚은 유목민들이 텐트와 가축을 압류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최근 고비사막 외곽에서 유목을 하는 소드놈다르자 칼타르쿠는 은행으로부터 그가 기르는 염소와 양 낙타를 압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은행에서 빌린 2700달러의 대출금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그가 은행 빚을 조만간 상환하지 못하면 그의 집인 텐트까지 압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급 의류에 들어가는 섬유인 캐시미어가 서구인들의 소비 위축으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그는 대출금을 갚을 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WSJ는 세계의 오지로 여겨지는 몽골 유목민의 어려움은 금융위기가 어디까지 확산됐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몽골 대초원에 불어 닥친 신용위기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경기가 좋을 때 유목민들은 비싼 캐시미어 가격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돈을 빌려 오토바이나 전기 공급용 태양열판 등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샀다.
은행은 무분별하게 이들에게 많은 돈을 빌려주면서도 신용위험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몽골의 캐시미어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33% 이상 떨어진 ㎏당 19달러로 급락하면서 침체가 시작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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