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유동성 논란 가열…정부내 시각차

과잉 유동성 논란 가열…정부내 시각차

기사승인 2009-04-21 17:28:02

[쿠키 경제] “분명히 과잉유동성이다” “돈맥경화 현상은 여전하다”

최근 과잉유동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부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금융 및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단기부동자금이 시장에 대거 풀린 탓이다. 정부내에서조차 과잉유동성에 대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시각차는 경기바닥론과 맞물리면서 인플레 우려에 따른 유동성 환수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과잉 유동성 ‘시각차’=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과잉 유동성 논란의 발단이 됐다. 윤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800조원은 분명히 과잉 유동성”이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마켓에 유동성이 과포화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단기 유동성 규모가 올해 2월말 기준 784조700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3월말에는 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실물분야로 자금이 더 흘러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과잉 유동성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한 금통위원은 21일 “지금의 통화량은 정책금리 기준(2.0%)에 적정한 수준”이라고 말했고 다른 금통위원도 “소위 말하는 ‘돈맥 경화’ 현상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시중 부동자금 800조원이라고 하지만 이 가운데 100조원 가량은 중복 집계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9일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고 금융시장안정을 도모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운용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유동성 환수 ‘시기상조’=금통위원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동성 환수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 경기가 침체해 있고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바꿀 경우 경기가 채 살아나지 못하고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통위원은 “한국은행이 얼마 전에 올해 성장률 전망을 -2.4%로 제시했는데, 곧바로 통화 환수 얘기를 꺼낼 수가 있겠느냐”며 “과잉유동성을 환수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면 정말 생뚱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지금 경기가 상승 기조로 바뀌었다든가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 한은은 통화량을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하고 있으나 환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황인성 연구원은 “지금도 일부 우량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시중에 풀린 돈이 기업이나 실물 쪽으로 흘러들어 가도록 물길을 터주는 방안을 논의할 때이지, 유동성 환수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의 시중 부동자금이 투기성 자산으로 흘러들어 인플레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투자와 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헛바퀴를 돌며 자산가격 인플레를 촉발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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