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재검토’…개성공단 입주기업 ‘당혹’ ‘경악’

특혜 ‘재검토’…개성공단 입주기업 ‘당혹’ ‘경악’

기사승인 2009-04-22 21:07:02


[쿠키 경제]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들은 당혹스러워했다. 공단 폐쇄 통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것에 일단 안도하면서도, 지금까지의 특혜를 재검토하겠다는 말에는 격앙했다. 예민한 시점인 만큼 말을 아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공장을 가동 중인 기업, 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 착공을 앞둔 기업 등 놓인 상황에 따라 미묘한 입장 차도 드러냈다.

◇북측 요구는 '방 빼라는 말'=의류업체 A사 관계자는 "북측 요구대로 임금이 오른다면 개성에서 제품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했다. A사는 현재 북측 근로자 1인당 60달러 정도를 월급으로 주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들이 떨어져 나가도 꾹 참고 공장을 돌리는 첫째 이유가 저임금 때문"이라며 "매년 5%씩 올려주고 있는데, 한꺼번에 2∼3배 이상 임금이 오르면 원가경쟁력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B사 대표는 "필요한 인력은 공급이 안되고 환율은 상승한 마당에 임금 올리고 토지 이용료까지 앞당겨 내라면 기업인 입장에서는 사업하기가 정말 힘들어진다"며 "공장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한 공사 현장 하청업체 직원은 "버텨보려고 했는데 결국 개성공단에서 공사 장비를 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개성공단 상황에 불안을 느낀 원청업체의 요청으로 몇 달전부터 공사를 중단했고, 관리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장비를 철수키로 했다.

분양 계약을 체결하고도 공장 착공을 늦추거나, 계약 자체를 해지하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공단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9개 업체가 분양 계약을 해지했다. 올해 들어서만 4개 기업이 계약을 해지했다. 2007년 4월 분양된 185개 필지 중 85개 필지는 착공 기한(3년)이 거의 다 됐지만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진퇴양난의 입주 기업=일부 기업들은 북측 요구가 수용되더라도 현 상태로 공장 가동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할 경우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하거나, 개성 외에 마땅히 공장을 옮길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장 철수를 검토하는 기업보다 오히려 절박해보였다. 지난해 5월 입주한 속옷 생산업체 C사 대표는 "개성공단만큼 근로자 조건이 좋은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적정 수준에서 받아들이더라도 조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기업이 임금을 올려주는 대신 인력 수급이나 3통(通) 문제 등에서는 북측의 양보를 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D제약회사는 당초 지난해 7월로 예정됐던 착공을 아직 못하고 있지만 사업 철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D사는 1650㎡(5000평) 정도 부지 매입에 15억원 정도를 투자했고, 의사·약사 등 고급인력 300명 공급을 북측에 요청한 상태다. D사 회장은 "현 상황에 골치가 아프지만 어렵게 추진해오던 사업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며 "남북 관계가 풀리기만 하면 바로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 대책 지켜본 뒤에…=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는 이날 대책회의를 소집하려 했다가 취소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다. 문창섭 협의회 회장과 몇몇 기업 대표들은 현지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방북했다. 유창근 부회장은 "북한 주장은 남북 합의 사항을 위반한 것"이라면서도 "우리 정부의 답변이 있은 후에 입주 기업인들이 수용 여부를 가리는 순서가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입주 기업 대표는 "우리 정부가 대북관계의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이런 상황까지 왔다"며 "이 시점에서라도 다시 정상적으로 단추를 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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