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미국 GM 본사가 "GM대우에 대한 자금 지원은 없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국 정부나 산업은행의 지원이 없으면 GM대우의 경영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러나 산은은 "1대 주주인 GM이 먼저 지원 약속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주주책임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최악의 경우 GM대우는 법정관리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대주주인 쌍용자동차에도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됐다.

GM 최고재무책임자(CFO) 레이 영 부사장은 27일(현지시간) 미 디트로이트 본사를 방문한 한국 기자단에 "GM이 GM대우를 지원할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영 부사장은 프리츠 핸더슨 회장에 이어 그룹 내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인사다.

그는 "GM은 미 납세자들의 돈을 재무부로부터 수혈받아 운영되고 있는 만큼 해외에 돈을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무부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도 우리에게 지원한 돈을 해외로 한푼도 못나가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 부사장은 "한국이 먼저 GM대우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본사도 미 정부 승인을 얻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GM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GM대우의 살 길은 따로 한국에서 찾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영 부사장은 한국측이 GM대우에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GM은 직접 지원하는 대신 GM대우를 핵심 사업장으로 분류하고 기술, 인적 지원에 치중할 것이란 뜻도 전했다.

결국 GM대우가 기댈 곳은 산은만 남은 셈이다. GM대우는 산은에 1조원 자금 지원과 함께 5, 6월 만기가 끝나는 선물환 8억9000달러의 절반에 대해 만기를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산은은 일단 다른 은행들을 설득, 선물환 만기를 늦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산은이 더 이상 지원하기 어렵다.

GM이 '버티기' 작전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산은이 GM대우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그동안 고수해온 '대주주 선((先)지원' 원칙을 스스로 깨는 것이 된다. 산은은 지난해말 쌍용차의 거듭된 요청도 이 같은 원칙을 들어 거부했었다. 자금을 지원할 경우 회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때문에 GM의 발표에 대해 산은은 "본사의 지원이 전제되야 한다는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대응했다. 산은 안팎에서는 GM대우 지분 28%를 소유한 산업은행이 GM대우에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GM대우 지분 40∼50% 정도를 요구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GM대우의 워크아웃 혹은 법정관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영 부사장은 한국측과 협상이 잘 안될 경우 GM대우의 지분 포기까지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부채율이 730% 이상인 GM대우 현 상황은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보다 더 안좋다"며 "GM의 지원 의지가 없다면 워크아웃 등을 통해 국내 금융권이 구조조정을 한 뒤 회생시키거나, 새주인을 찾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GM이 GM대우 경영권을 포기하기 보다는 미 정부를 통해 GM대우 지원 문제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문제와 연계시키는 등 한국 정부를 압박, 지원을 이끌어 내려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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