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룰렛 하는 기분” 멕시코 SI 대란

“러시아 룰렛 하는 기분” 멕시코 SI 대란

기사승인 2009-04-29 16:56:02
[쿠키 지구촌] “동전을 만지고 승객의 손을 접촉할 때마다 ‘이것이 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버스에 오를 때마다 러시안 룰렛을 하는 느낌이다.” 멕시코시티 버스운전사 브라울리오 아귈라르는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돼지 인플루엔자(SI) 진원지인 멕시코에서는 국민들이 극도의 불안감으로 식료품 사재기에 나서는 등 SI 대란을 겪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대부분 레스토랑이 문을 닫고 학교가 휴교하는 등 ‘유령 도시’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시티 정부는 28일 포장 판매점을 제외한 약 3만개의 레스토랑을 5월6일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극장 술집 나이트클럽 당구장 등도 문을 닫았다. 전국적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곳에 다음달 6일까지 휴교령이 내려졌다. 북적대고 활기 넘치던 멕시코시티는 이따금 푸른 마스크 행렬만이 눈에 띄는 음산한 도시가 되고 있다.

시 당국이 버스 지하철 등 대중 교통수단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만약 이마저 결정되면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전망이다. 멕시코 관광산업의 핵심인 아즈텍과 마야 피라미드 등 유적지들도 폐쇄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겼다. 멕시코시티 무역서비스 관광 회의소는 SI로 인한 극장 박물관 폐쇄 등으로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이 멕시코시티에서만 하루 7억770만페소(약 75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 규제가 보다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멕시코 주민들은 상점으로 몰려 곡물과 물 고기 과일 등 식료품을 사재기하고 있다. 당국이 마스크 600만개를 무료로 나눠줬으나 이것도 부족해 약국 앞에는 마스크를 사려는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어린아이부터 성직자까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과연 효과가 있을까.

AP통신은 29일 마스크가 감염을 막는데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들은 마스크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면 여러 명이 모이는 곳에 기꺼이 나가거나 손을 씻는 일을 게을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호세 앙헬 코르도바 멕시코 보건장관은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라”면서도 “정부가 나눠준 마스크가 모든 위험을 막기에 너무 통기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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