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미국 자동차 빅3 체제가 와해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이 혼돈기 속에 세계적 메이커로 성장했듯이 현대·기아차 등 신진 업체들도 새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 시장의 위축이 우려되는 데다 시장 재편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 역시 한층 가열될 수밖에 없다.
◇미 빅 3체제의 종언=크라이슬러는 강력한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미 정부는 앞으로 30∼60일의 단기간에 환부만을 집중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파산보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 정부 계획대로 진행된다 해도 파산보호 절차 이후 신설될 법인은 이탈리아 피아트가 사실상 운영하는 회사가 될 전망이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신설 법인의 지분 20%를 갖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이탈리아 언론들은 '디트로이트가 토리노(피아트 본사 소재지)의 속주가 됐다'고 평가했다.
미 정부가 정한 시한(6월1일)이 임박한 GM도 크라이슬러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크다. GM이 미 정부와의 조율을 통해 제시한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은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GM이 파산보호 신세를 면하게 되도 위상은 빠르게 약화될 전망이다.
◇폭스바겐 등 신진 업체의 부상=기존 강자들이 휘청대는 틈새로 '차상위권' 업체들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자동차 구조 재편 과정에서 폭스바겐 BMW 피아트 현대차 등이 도약하고 GM과 포드, 푸조 등은 쇠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폭스바겐은 지난 1분기 143만6000대를 팔아 GM을 제치고 2위로 부상했다. 1위인 도요타(176만대)와의 판매량 격차는 지난해 1분기 84만대에서 32만4000대로 좁혔다. 폭스바겐은 중·소형차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세계 자동차 시장이 폭스바겐과 도요타 '투톱' 체제로 재편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회 맞는 현대·기아차=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에게 기회가 왔다고 분석한다. 실제 현대차는 올 1분기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4.3%를 기록, 지난해 1분기 대비 1.6% 성장했다. 기아차는 처음으로 점유율 3%를 넘어섰다. 정태환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지난 23일 "GM과 크라이슬러에서 이탈하는 고객층을 흡수, 올해 미 시장 점유율을 5%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빅3의 체제의 붕괴가 부품 업체에 타격을 주고, 일자리 감소 등을 불러 자동차 시장 자체를 얼어붙게 할 수 있다. 소형차에 강점을 보이는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와의 제휴를 계기로 불모지나 다름없던 미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GM대우는 GM 본사의 처분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현재 GM의 입장은 '이중적'이다. GM대우의 경영권을 포기할 의사가 없지만, 지원도 없다는 식이다. 닉 라일리 GM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사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GM이 미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해외법인들은 독자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GM대우의 지분 구조를 바꾸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향후 장기적 대안으로 필요하다면 GM대우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산업은행에 GM대우 지분 양도 가능성도 남겨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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