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신영철 대법관이 사죄를 표명하면서도 사퇴는 않겠다는 뜻의 글을 올린 이후 일선 판사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법원 전산망인 코트넷에는 14일에도 신 대법관을 비판하는 판사들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사법부의 죽음을 뜻하는 검은 리본이 달린 댓글도 줄을 이었다. 많은 판사들은 "신 대법관이 지고 가겠다는 굴레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짊어질 굴레와 낙인"이라며 신 대법관을 비판했다.

서울북부지법의 변민선 판사는 "침묵하던 판사였다"라는 말로 시작한 글에서 "신 대법관의 행위는 판사들에 대한 명백한 재판권 침해행위이고 판사 스스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각급 법원의 평판사회의, 법관회의 나아가 전국 평판사회의, 전국 법관회의 개최를 요청한다"며 "신 대법관의 사퇴 문제를 넘어서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덧붙였다.

의정부지법의 정원 판사는 "침묵하던 많은 사람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면서 "신 대법관은 무거운 굴레를 혼자 쓰고 버티겠다고 하지만 그 멍에는 우리 법원의 후배 판사들이 지고 있는 것이고 대법관은 그 멍에 위에 걸터앉아 있다"고 지적했다. 침묵하던 다수의 판사들이 일어나 법관 회의를 요청하고 그간 기피해오던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주지법 정읍지원의 박재우 판사는 "신 대법관이 재판업무를 수행하는 한 모든 재판 앞에 이메일 재판, 핸드폰 재판이라는 오명이 붙어다닐 것"이라면서 "책임을 져야할 일을 사과로 무마하는 것은 결코 짐을 지겠다는 자세가 아니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서울고등법원의 문수생 판사는 "신 대법관이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사안을 오도한 상태에서 내놓은 사과는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침해된 사법권 속에서 보장되는 법관의 임기라는 것은 휴지조각보다 더 가치가 없다"고 성토했다.

판사들의 글에는 '근조(謹弔) 사법부, 신 대법관은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는 직원들의 댓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

▶뭔데 그래◀ ‘원칙인가, 몽니인가’ 박근혜 전 대표의 원칙론 어떻게 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