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달러 기부한 억만장자 자선가들 ‘비밀 회동’

700억 달러 기부한 억만장자 자선가들 ‘비밀 회동’

기사승인 2009-05-21 17:39:01

[쿠키 지구촌] 1인당 평균 자산 163억달러(약 20조원). 자산 합계액은 1467억달러로 멕시코의 2008년 국내총생산(1559억달러)과 맞먹는다. 기부 실적은 더 놀랍다. 지난 10여년간 무려 700억달러를 기부했다. 자산 대비 기부비율을 따지면 40%를 넘는다.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되돌려줬다는 뜻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데이비드 록펠러 주니어, 테드 터너 CNN 창업자, 금융인 엘리 브로드와 피터 피터슨 미국 최고 거부 9명의 이야기다.

이들 억만장자 자선가들이 지난 5일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시 록펠러대학 총장공관에서 만찬을 겸해 5시간 비밀 회동을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abc방송이 20일 보도했다. 각자 안면은 있으나 이들이 한 자리에는 모인 것은 처음이다.

모임에서는 경제 위기 속에서도 자선단체의 미래 문제가 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abc방송은 “1907년 은행가들이 금융패닉을 막을 방법을 논의하던 JP 모건의 서재 모임을 떠올리기게 한다”고 소개했다. 거물급이 모인 데다 2주간이나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탓에 ‘왜, 어떻게 모였느냐’를 두고 추측이 난무했다.

파트리샤 스톤시퍼 빌&멀린다재단 수석고문은 “박애주의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힘을 합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며 “비밀 회합이 아니라 사적인 만남”이라고 해명했다. 참석자의 한 명인 블룸버그는 “사회에서 공적 자금으로 할 수 없는 많은 일을 개인의 돈으로 할 수 있다”며 우회적으로 모임의 성격을 설명했다.

회동 주선자는 세계 1, 2위 억만장자 게이츠와 버핏이다. 장소 제공은 명문 록펠러가의 록펠러 주니어가 맡았다. 모임은 오후 3시 참석자들이 글로벌 경제의 미래와 박애주의의 과제, 엘리트의 역할에 대해 15분씩 연설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한 온라인 매체는 게이츠를 “가장 인상적인 연사”로, 윈프리를 “가장 경청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으로 묘사했다.

록펠러 주니어를 제외하면 참석자들은 모두 빈손에서 일어선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들이다. 기부왕으로 불릴만한 박애주의자들이지만 관심 분야는 특화됐다. 게이츠가 전염병 예방 같은 보건 문제에 관심이 많다면 터너는 유엔 및 환경 문제, 소로스는 시민운동, 윈프리는 여성 및 어린이 교육에 많은 돈을 기부해왔다. 이런 차이 덕에 미 언론들은 이 모임이 공동연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았다.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 편집장 스테이시 파머는 “기부액이 뚝 떨어지면서 비영리단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최고 자선가들이 모임을 통해 ‘나눔이 계속돼야 한다’는 상징적 발언을 하고 있다”며 “조만간 연대 활동을 위한 공식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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