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수 십 년간 미국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세계 경제 한파 속에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미국 자동차업계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노조의 위상과 규모, 영향력 면에서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UAW의 정치적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앞으로 회사의 감원이나 조합원 복지혜택 축소 조치 등에 저항할 능력도 제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피터 헥스트라 공화당 의원은 “현재 크라이슬러와 GM 근로자 지위는 15∼20년 전과 비교해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고 평가했다. UAW가 지난 20세기 재계의 또 다른 권력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1960년대 월터 루더 UAW 위원장은 존 F 케네디, 린든 존슨 대통령 등과 자주 만나 다양한 현안을 협의하는 막강한 실세였다. 불과 11년 전만 하더라도 GM 경영진이 미시간주 부품공장 근로조건을 변경하려 하자 노조는 54일간 파업을 벌였다. 파업으로 회사는 50만대의 생산차질과 2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으나 결국 노조에 굴복했다.
당시만 해도 UAW는 귀족 노조의 과도한 복지 요구가 미국 자동차 산업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비판 여론을 무시했다. 그러나 경제위기 속에 당당했던 노조의 철옹성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UAW는 영향력에 대한 진정한 시험대로 평가 받아 온 GM의 구조조정 계획에 대부분 무릎을 꿇었다. AP통신은 21일 노조가 퇴직자 건강보험기금 출연금과 시간당 노동비용 삭감 등 GM의 구조조정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GM은 16개 공장 폐쇄, 노조원 2만1000명 감원, 한국이나 중국에서 제조된 소형 차량의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UAW는 최근 의회와 백악관 등에 “미국 노동자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라”며 이 안을 결사 반대해왔으나 결국 GM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굴욕’인 셈이다.
크라이슬러의 경우 노조는 경영진이 공장을 폐쇄하고 감원을 한다 해도 6년간 파업을 하지 않는다는데 동의했다. 노조가 회사 대주주가 되더라도 이사회 내 노조 몫은 1명으로 제한되며 이사는 노조가 아니라 기금의 이익을 대변하게 된다.
UAW의 위상 추락이 추락하자 이에 실망한 조합원들이 속속 노조를 탈퇴하면서 외형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1980년대 UAW 조합원 수는 150만명에 달했다. 2005년 만해도 조합원 수는 65만4000명, 걷어들인 회비는 2억650만달러였으나 불과 3년 만인 지난 해 조합원은 43만1000명, 회비는 1억6100만달러로 급감했다. 15년 동안 크라이슬러 지프차 공장에서 일해 온 루이 맥스와인(58)은 “노조는 더 이상 노동자에게 보너스나 시간외 근무수당 등을 약속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UAW는 미 국채 등 총 12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파업지원기금에 묶여 있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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