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공학의 절묘한 만남…설치미술가 테오 얀센 첫 한국 전시회

미술과 공학의 절묘한 만남…설치미술가 테오 얀센 첫 한국 전시회

기사승인 2009-05-24 18:00:01

[쿠키 문화]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에 지구상에서는 존재한 적이 없던 괴물체가 어느 날 등장했다. 10m 안팎의 이 거대한 덩치는 수많은 뼈대와 다리, 날개를 갖추고 있다. 해변에 바람이 몰아치면 괴물체는 ‘끼이익’하는 관절 소리와 함께 스스로 움직인다. 해풍에 따라 이리저리 어슬렁거리고, 바닷물이 닿기라도 하면 반대쪽으로 도망가는 이것은 생명체인가?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조각) 분야에서 ‘현대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불리는 네덜란드 출신 테오 얀센(61)이 그가 창조한 ‘해변 동물’들을 몰고 오는 7월3일부터 두 달간 한국에서의 첫 설치미술 전을 갖는다. 국내 대표적 화랑인 가나아트센터가 서울시와 함께 야심차게 마련한 ‘뮤지엄 비욘드 뮤지엄’ 프로젝트(본보 15일자 2면)에 첫 주자로 참여하는 것.

이를 위해 방한한 얀센은 24일 “지난 19년간 내가 창조한 해변 동물 시리즈는 모두 25종”이라며 “해변 동물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는데, 이번 서울 전시회 때 과거의 동물들도 함께 선보여 19년간의 전체적인 진화 과정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그가 만든 해변 동물은 기본적으로 전선을 감싸는 여러 두께의 플라스틱 관을 수백∼수천 개씩 이어 관절과 몸체를 만든 것으로, 바람을 주 동력원으로 이용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다.

얀센은 “초기 동물체는 바람이 불 때만 이동이 가능했지만, 나중에는 날개가 움직이면 피스톤을 이용해 페트병에 압축공기가 미리 저장되고, 물이 닿으면 반대편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센서도 부착되는 등 점차 진화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들 작품은 ‘테크놀로지와 미술’ ‘생물학과 엔지니어링’의 접목으로 일컬어진다.

한 술 더 떠 그는 실제 동물에 학명(學名)을 붙이는 것을 본 떠 자신이 만든 해변 생물에 ‘아니마리스 사불로사’ ‘아니마리스 쿠렌스 벤토사’ 등의 이름을 붙였다. 여기서 아니마리스(animaris)는 동물(animal)과 바다(marine)를 뜻하는 라틴어의 합성어다. 풍력이 필요한 해변 동물은 본래 바다를 떠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서울 전시의 경우 대부분 작품은 ‘죽은 채’로 전시된다. 얀센은 “그러나 두 마리만큼은 살아 있을 것”이라며 “한 마리는 압축공기를 이용해 움직이고, 다른 한 마리는 아이들이 직접 밀고 당기면서 움직이도록 하겠다. 아이들이 매우 재미있어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릴레이 전시회를 갖는 ‘뮤지엄 비욘드 뮤지엄’ 프로젝트는 서울 문정동에 1800㎡ 규모의 파빌리온(가설 건축물)을 건립해 7월부터 1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테오 얀센 전시회가 끝나면 ‘아톰’으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 테츠카 오사무, 현대미술의 총아 데미안 허스트 등 순으로 전시가 이어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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