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후 항공, 전자, 석유 산업 등으로 미국 경제를 주도해왔던 선벨트 지역에 세계 경제 위기로 파산과 실직이라는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고 AP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선벨트는 동쪽의 노스 캐롤라이나주로부터 텍사스주를 거쳐 서쪽의 캘리포니아주에 이르는 북위 37도선 이남 미국의 15개주를 말한다. 온난한 기후와 석유, 가스 등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이외에도 군수, 부동산, 관광 산업 등이 급속한 성장을 이루며 미국 경제의 원동력이 됐던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대체로 노조 개입이 적고, 군사시설과 가까워 항공, 군수, 석유산업이 발달했다. 캘리포니아 산호세와 텍사스 오스틴은 첨단과학 중심도시로 급부상했고, 휴스턴과 내슈빌은 각각 석유와 음반 시장을 이끌어왔다. 70년대 이래 지난 30여년 동안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선벨트의 성장은 그러나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AP통신은 선벨트 지역 3000여개의 카운티의 은행파산과 실업률 등을 분석하고, 경제학자와 인구통계학자 인터뷰를 통해 선벨트의 실상을 소개했다.
라스베이가스, 피닉스, 포트메이어 등 꾸준하고 생산성 있는 산업보다는 부동산이나 관광 등에 의존해온 도시는 집값 거품과 소비심리 위축에 큰 타격을 받았다. ‘폭락이 미국을 재구성할 것인가’의 저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거품이 클수록 쉽게 폭삭 가라 않는다”고 지적했다. 피닉스의 마리코파 카운티는 금융 스트레스 지수가 5.12(2007년 12월)에서 12.67(2009년 3월)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포트 메이어의 리 카운티는 실직률이 두 배로 증가했다. 아리조나, 네바다주의 경우 건물이 지나치게 많이 지어졌다.
플로리다는 “선벨트의 붐은 거대한 피라미드 사기방식 같은 것”이라며 “건설과 부동산에 자금을 끊임 없이 쏟아 붓지 않으면 파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 고급 인력이 넘쳐난다는 것도 결코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 등은 70년대에 비해 대학 졸업자들이 2∼3배 이상 배출되고 있다. 박사학위를 거쳐 박사후 과정(포스트 닥)을 마쳐도 결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AP통신은 “캘리포니아는 높은 세금과 실직률 때문에 은퇴자나 구직자 모두에게 더 이상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고 전했다. 앤서니 샌더스 아리조나주립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선벨트 주들도 비슷한 실수를 하고 있다”며 “만약 우리가 세금 부담을 낮추고 구직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으면 선벨트는 ‘샌드벨트(sandbelt)’로 허물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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