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동·김동화 화백 “편견과 싸워온 한국만화 100년,전망 밝다”

박재동·김동화 화백 “편견과 싸워온 한국만화 100년,전망 밝다”

기사승인 2009-06-02 17:56:04

[쿠키 문화] “우리 만화는 두 가지 적과 싸워야 했죠. 만화를 천시하는 사회적 편견과, 만화가가 제대로 표현할 수 없도록 한 정부의 검열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100년을 맞은 감회가 새롭습니다.”

한국만화100주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박재동(56·사진 가운데) 화백은 2일 ‘한국만화 100년전’ 개막식을 앞두고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시사만화로 유명한 박 화백은 한국만화가 이 같은 적과 싸워야 했기 때문에 만화가들끼리 서로 ‘전우’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만화를 보면 공부에 지장이 있고 성격도 버린다는 사회적 편견이 있었다”면서 “아이들이 저지르는 모든 죄를 만화에 뒤집어씌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일본에 비해 우리 만화 산업이 뒤처진 중요한 원인으로 과거 극심했던 검열을 지목했다. “심지어 남녀가 데이트하는 모습을 그릴 때는 몸이 나오면 안 되고 멀리서 발만 그려야 했던 시절도 있었지요.”

공동위원장인 김동화(59) 화백도 검열 문제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미 1950∼1960년대에 만화를 문학의 하나로 편입시킨 일본과 달리 한국 만화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검열에 걸리지 않을지 고민하는 걸로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순정만화로 일세를 풍미한 그는 “60쪽짜리 만화를 만들면서 3번 검열을 받아야 했다”라며 “일본은 50년간 마음 놓고 만들었지만 우리는 제대로 표현한 게 10년 될까 말까 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만화의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우리가 일본에 비해 좋은 작품을 축적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노하우와 기술은 축적한 거죠. 일본에서도 예전에는 한국만화라면 자신들의 것을 빼앗는 저급한 것으로 봤지만, 이제는 능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만화를 당당히 문화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만화 100주년전’은 3일 개막해 8월23일까지 이어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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