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경기침체 속에서도 임시·일용직보다 고용안정성이 훨씬 높은 상용직 임금근로자가 지난해보다 30만명이 넘는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현재 상용직 근로자 수는 922만7000명으로 지난해 4월에 비해 33만3000명 늘었다. 상용직은 올 1월에 28만7000명, 2월 39만명, 3월 27만6000명이 늘어 올들어 4개월간 지난해 동기대비 평균 32만2000명 증가했다.
이는 지난 해 같은기간 증가 폭(43만7000명)에 비해서는 적지만 경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2006년(25만9000명)과 2005년(27만1000명)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상용직 통계수치만 보면 지금이 고용위기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라는 말이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에 상용직은 1997년 -(마이너스)21만7000명, 98년 -74만8000명, 99년 -39만9000명 등 3년간 136만4000명이 급감했었다.
이러한 ‘의외의’ 상용직 증가에 대해 통계청은 전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서비스 분야로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는 추세와 관련이 깊다고 진단했다.
통계청 정인숙 고용통계팀장은 “2003년쯤부터 시작된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한 상용직 증가 추세가 불황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며 “법률·회계, 공공·보건 서비스, 사업지원 서비스 등 전문성이 높고 기술이나 지식이 집약된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인력을 꾸준히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상용직의 견조한 증가 원인을 분석한 결과 통계청과 비슷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특히 경기 침체 속에서도 교육·보건·복지 등 업종의 성장률은 올들어 플러스”라며 “경기가 예상보다 급락하지 않은데다 고용창출효과가 높은 이들 업종의 업황이 나쁘지 않아 서비스업 중심으로 신규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기업들의 인력운용 방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유경준 박사는 “외환위기 이후 핵심인력은 상용직으로 채용해 기업의 핵심 역량을 유지·발전시키고 중요성이 떨어지는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인력운용방식이 확산됐다”며 “불황이 닥치자 기업들이 임시·일용직은 우선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상용직 중심의 핵심인력은 최후의 순간까지 유지하려는 경향이 확연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1∼4월 임시·일용직은 전년동기에 비해 24만4000명이나 감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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