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대기업 투명경영

거꾸로 가는 대기업 투명경영

기사승인 2009-06-08 21:31:01


[쿠키 경제] 투명 경영을 기치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했던 대기업들이 현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편승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재벌들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온 순환출자 해소 문제도 제자리 걸음이다.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관련 회사 지분 매각이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 기업은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위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표방했던 것이어서 관련법 통과를 기대한 '의도적인 시간 벌기'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SK그룹은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요건 충족기간을 2년간 유예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2007년 7월1일 SK㈜를 지주회사로 전환했지만 공정거래법상 설립기한인 오는 30일까지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주회사 설립요건인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SK C&C의 상장을 추진했으나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불가피하게 유예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그동안 지주회사 설립기한 3년, 유예기간 2년 등과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허용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기대하고 SK증권 지분 매각 등 현행법 요건 충족시기를 늦춰왔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정부의 지주회사 규제 완화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전제로 금융업 진출에 눈독을 들여온 SK그룹이 관련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금융사업 부문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사인 금호산업도 지난해 12월 말까지인 지주사 요건 충족시한을 맞추지 못해 2년 유예를 신청했다. 금융(금호생명)과 제조가 순환출자 형태로 얽혀있는 금호그룹은 금호생명을 매물로 내놨으나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생명 매각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우리로서도 절실하다"면서"하지만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팔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9월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 CJ도 오는 9월 보유중인 삼성생명 지분 매각 처분과 유예 신청을 놓고 고민 중이다.

동양그룹은 내년 이후 지주회사 체제 전환시 동양종금증권과 동양캐피탈의 매각 부담을 안고 있어 공정거래법 개정이 이뤄지면 금융 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삼성은 지난해 4월 경영쇄신안 발표 때 4∼5년 안에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삼성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약 20조원이 필요한데 당장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지주회사는 55개, 금융지주회사까지 합치면 60개 정도에 달한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현행 공정거래법은 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장애물이 되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연구소장은 "국내 재벌들이 제대로 된 지주회사를 운영하지 않아 반복되는 문제"라며 "공정거래법상 최소 지분만 운용하고 계속 확장하는 형태로 운영하면서 선단식 경영 해소보다 법이 경영에 맞출 때까지 기다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정동권 기자
blue51@kmib.co.kr
이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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