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주 여성유권자 연맹회장 “여성운동이 여성문제에만 머물러서는 안돼”

이연주 여성유권자 연맹회장 “여성운동이 여성문제에만 머물러서는 안돼”

기사승인 2009-06-08 17:20:01


[쿠키 문화] 정치 참여를 내세운 최초의 여성단체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이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40년 역사라면 노쇠의 기운이 드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여성운동의 패러다임 변화, 여성부의 확대 개편,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 등 여성유권자연맹이 던지는 이슈들은 여전히 젊고 도전적이다.

조직의 조로(早老)를 막아내고 활력과 패기를 새로 충전한 이가 이연주(48) 회장이다. 이 회장은 “2004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남성들에게 연맹의 문을 개방했다”며 “앞으로 여성운동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하는 양성평등운동으로 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회장 재임기간에 전국의 지부는 88개에서 133개로, 회원 수는 1만5000명에서 4만명으로 늘었다. 특히 3500명의 청년 회원들과 1500여명의 남성 회원들이 생겨났다는 점은 큰 변화로 평가된다.

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리는 창립 40주년 기념 토론회의 주제를 ‘여성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로 정한 것도 연맹의 지향점이 어디인가 보여준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여성단체들은 여성이 소수자나 변두리에 있다는 입장에서 운동을 해왔다”며 “이제는 여성들이 평등을 요구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직접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순 없지만 여성운동이나 여성정책이 더이상 여성문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좀더 포괄적인 차별문제, 예컨대 다문화나 인종차별, 연령차별 등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지금의 여성부는 양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도 맡고 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지방분권운동 등이 함께 하는 이 운동에 여성단체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다.

이 회장은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비례대표의 10% 정도를 차지하던 여성 몫이 사라진다. 그러나 여성 몫 때문에 정당공천의 폐단에 눈을 감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례대표제가 여성의 정치 진출을 늘린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경쟁력 있는 여성 정치인을 키우지 못하는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능력있는 여성 후보들조차 지역구나 경선을 포기하고 편하게 비례대표제를 선택하고 있어요. 그러나 비례대표 의원은 일회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죠. 또 지역 주민이나 여성을 위해서 일하기 보다 공천권을 가진 정당이나 정치인에 헌신하기 마련이예요. 비록 일시적으로 여성의원 숫자가 줄어드는 한이 있어도 경쟁력 있는 여성후보가 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이 회장은 내년 지방선거에 회원 100명을 당선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1개 지부에서 1명만 당선시켜도 100명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그는 “여성의 당선 가능성이 낮고, 경선과정을 통과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능력이 있더라도 출마하지 않으려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라며 “선거제도가 나아진다면 능력있는 여성들이 많이 선거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에 임기 6년의 회장직을 마치는 이 회장은 정치권으로 가는 대신 시민운동계에 남을 작정으로 오는 12월10일 한국청년유권연맹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이 회장은 “연맹 산하의 청년조직을 따로 분리해 20∼30대 정치참여 단체를 만들 계획”이라며 “젊은 정치인을 양성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내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사진=김지훈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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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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