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누워 있는 중환자 침대 주위로 간호사들이 빙빙 돌며 손을 흔든다. 한 간호사는 막대기로 그릇을 두드린다.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기 치료’가 한창인 이 곳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메릴랜드 대학병원이다. 저명한 병원들이 이런 식의 민간 요법을 받아들이면서 대체의학이 미국 의학계의 새로운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AP통신이 8일 보도했다.
최근 발표된 미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3분의 1 이상의 미국인들이 침술과 척추 지압, 요가, 마사지 등 민간 의술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천만 명이 비타민과 미네랄, 약용식물인 허브를 비롯한 자연적인 각종 보조식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
15년 전 미 의회가 식품의약국(FDA)승인 없이 허브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뒤 허브제품 종류는 4000개에서 현재 4만개로 늘어났다. 메릴랜드대 의료진처럼 점차 많은 의료진과 보험업계, 병원들이 대체의학을 수용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전통적 치료의 대안으로 떠오른 대체의학에 지갑을 열고 있다.
정부와 제약회사를 불신하는 소비자들은 불면증부터 암이나 심장병 같은 중병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대체 의학으로 돌아서고 있다. 자연적이고 안전한 치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대형 병원들은 환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명상이나 요가 마사지를 도입하고 있다. 미네소타 의대는 하와이 소재 대체의학센터와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애리조나 의대는 대체의학과 기존 의학을 통합한 ‘통합의약’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그러나 대체의학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AP통신은 몇몇 허브제품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민간 요법에 의존하느라 제 때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때를 놓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플로리다 주 탐파의 모핏 암 센터 소속 영양학자 케이시 앨런은 “자연을 뜻하는 ‘내추럴’만 붙이면 흔히들 무해하다는 인식을 하는데 냉정하게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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