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죽어있다’…관객으로부터 외면 받는 박물관

‘박물관이 죽어있다’…관객으로부터 외면 받는 박물관

기사승인 2009-06-11 21:27:00


[쿠키 문화] '박물관이 죽어 있다.' 변변한 기획전도 없고 전시물과 체험 코너도 빈약해 관람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공공 전문박물관 얘기다. 서울시내 전문박물관은 30여 곳으로 대부분 외관만 요란할 뿐 견학 수준의 전시물로 채워져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큐레이터 등 전문인력이 없다 보니 관람객 서비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로 한국박물관 100년을 맞는 역사가 무색할 지경이다.

최근 찾아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박물관에는 관람객이 한 명도 없었다. 1층 체험실에는 가야금과 장구가 있었지만 주중에는 사전예약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실제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기회도 한정됐다. 2층 전시실은 공사 중이었다. 복도에는 편경 등 악기를 전시하고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나도록 장치를 했는데 고장 난 것도 있었다. 박물관 측은 "기계가 비싸서 수리가 힘들다"고 말했다.

'개관 10년, 개소 100년' 기획전을 지난해 8월부터 열고 있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은 유물 9점과 고서류 12점 등 박물관 소장품이 대부분이어서 상설전이나 다름없었다. 관람 마감을 30분 앞둔 오후 5시30분쯤 전시관 1층에서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가 났다. 관람객 소윤하씨는 "엄숙하게 관람 중인데 소음이 나서 황당하다"고 말했다. 신문로 경찰박물관은 어린이 관람객으로 북적거렸지만 2층 시뮬레이션 사격장의 경우 11세 이상 관람객만 체험할 수 있게 제한됐다.

양재동 전기박물관의 3층 전시실에는 관람객이 아무도 없었고, 전시물도 수력·화력·원자력 발전소 모형만 있을 뿐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는지 설명문은 없었다. 허리띠 버클(50년), 재떨이(53년), 대통령이 하사한 놋주발(56년) 등 생뚱맞은 전시품도 있었다. '전력산업 100년의 발자취' 코너에는 당시 문서들만 놓여 있었다. 서대문 농업박물관도 관람객이 없어 썰렁한 분위기였고 그나마 안내데스크도 자리를 비웠다.

용산 전쟁기념관은 3층 비상대피체험관의 '화생방·소화기' 코너에 '화생방 대비 점검으로 인해 체험 중단' 알림표가 붙어 있었다. '참전사 증언 영상자료 검색실'과 '한국전쟁 주요 전투 영상자료 검색실'은 지난해 10월부터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롤링몰 뮤지엄' '토마스와 친구들' 등 박물관 성격과 다른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이 밖에 남대문로 화폐금융박물관,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가양동 허준박물관, 쌍문동 옹기민속박물관, 와룡동 떡·부엌살림박물관 등도 1년에 한 차례 정도 기획전을 갖고 나머지는 기초 자료를 전시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박물관은 대부분 무료 관람이지만 홍보 부족으로 시민이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두 자녀와 함께 농업박물관을 찾은 이성옥(43)씨는 "학습체험을 위해 전문박물관을 자주 찾는 편인데 전시물이나 프로그램 등이 문화 인프라라고 하기에는 깊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사무국 실장은 "재정 지원이 거의 없는 형편이어서 전문인력을 채용하거나 기획전을 열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그러다 보니 견학 수준의 전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김준엽·박유리 기자
ghlee@kmib.co.kr

▶뭔데 그래◀ 아시아의 월드컵 본선진출권 4.5장, 적당한가

이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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