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남북 실무회담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망연자실했다. "대놓고 나가라는 말보다 더 무섭다"는 격앙된 반응도 보였다. 앞으로의 협상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신중론도 나왔다.
신발제조업체 A사 대표는 11일 "기가 막힌다. 이제 철수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의 요구대로라면 개성공단의 메리트는 완전히 사라진다"며 "생산성 등을 따지면 국내 임금보다도 더 많이 달라는 의미"라고 했다. 이 회사는 북측 근로자 450명 정도를 채용하고 있다. 임금만 따져도 1인당 평균 65∼70달러를 준다. 한꺼번에 5배 가까이 월급이 오르면 당장 한 달에 10만달러 이상이 추가로 나가야 한다.
의류업체 B사 관계자는 "최대 150달러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지만 이건 도저히 말이 안된다"며 "협상의 여지도 없는 수준"라고 흥분했다. 그는 "정부의 투자설명회를 듣고 개성공단 투자를 결심했다"며 "10년 이내에 연 5% 이상 임금 인상은 없다고 하더니 다 거짓말이 됐다"고 했다.
다른 의류업체 C사 관계자는 "현지 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300달러 인상에 연 인상률 10∼20%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 같은 경우는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월 300달러를 주고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기업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평균 75달러 수준인 월급을 300달러로 올리게 되면 106개 입주기업들은 단순 계산으로 매년 1억달러 이상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최근 입주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근로자 1인당 투입비용(인건비+생산효율 저하에 의한 추가 인건비+사업환경에 따른 추가 비용)은 북한이 148∼181달러로 중국 94∼204달러, 베트남 84∼104달러보다 오히려 높아 인건비 인상 여지가 없다"고 밝혔었다.
다만 다음 회담 날짜가 잡힌 만큼 아직 너무 비관하긴 이르다는 입장도 있었다. 직물업체 D사 대표는 "북측이 제시한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며 "협상 전략의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방북했던 문창섭 개성공단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어떻게 됐든 경쟁력 있는 기업 활동을 위해 여러 차례 북측과 만나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협회 임원진은 12일 협회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공식 의견을 낼 예정이다.
이미 공단 1단계 100만평에 대한 토지임대료 1600만달러를 완납한 현대아산과 한국토지공사 측도 당황했다. 그러나 말을 아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내부 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뭔데 그래◀ 아시아의 월드컵 본선진출권 4.5장, 적당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