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내년 적용될 최저임금을 오는 29일까지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돼 있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지금 큰 고민에 쌓여 있다. 지금까지 노동계는 당초 28.7%인상안에서 한 차례 후퇴한 22.9%를 내놨고, 경영계는 최초안인 5.8% 삭감안을 고수하고 있다. 문형남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공공기관마저 최저임금 인상분 반영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지난 3월 최저임금 미달자가 220만명이 넘을 정도로 최저임금을 크게 올려놓고도 이를 지키도록 할 능력이 없다면 무책임한 정부"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시대별, 경제상황별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큰 부침을 보여 왔다. 즉 1988년 최저임금제가 처음 도입된 이후 90년대 중반까지는 저임 근로자들의 명목임금 상승률이 최저임금 상승률을 초과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의 혜택을 누리는 근로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혜율(영향률)이 차츰 낮아져 89년 10.7%였던 것이 98년에는 0.4%까지 곤두박질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양극화 심화에 따라 최저임금의 적극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최저임금은 연평균 10.1%나 인상됨으로써 같은 기간 연평균 명목임금 인상률 6.7%를 크게 앞질렀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수혜율도 2003년 6.4%에서 2009년에는 15.0%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영세기업들의 지불능력이 그만큼 커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높은 인상이 사용자를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실제 일선 노동관서에서는 근로자와 처지가 비슷한 자영업주 등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어겨도 처벌하지 않고 합의를 유도하는 선에서 눈감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노동계는 조직의 관성에 붇잡혀 고율의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의 결정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개 노사간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공익위원들이 양쪽 주장의 기계적 절충선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다 보니 종종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최저임금을 낮게 유지하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국내총생산은 7.47배 늘어났으나 최저임금은 6.91배 상승하는데 그쳤다. 최저임금이 임금소득 격차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최저임금의 실효성도 정부의 법집행 의지와 능력이 관건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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