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쌍용자동차는 16일 완전히 둘로 찢겨졌다. 얼마 전까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파업하는 자'와 '살아남은 자'로 갈려 서로를 향해 "물러가라"고 절규했다. 현장은 서글픈 아우성과 욕설, 눈물로 뒤엉켰다. 철조망과 경찰 병력을 사이에 두고 맞선 양쪽 모두 고통스런 순간이었다.
오전 8시30분쯤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주변. 정리해고 대상에서 빠진 직원 3000여명이 '출근 투쟁'을 위해 공장 출입문 3곳에 집결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들은 '파업철회' '정상조업' 등 구호를 외쳤고, "공장으로 들어가 미치도록 차를 만들고 싶다"고 부르짖었다.
철조망 안쪽으로는 공장을 점거한 노조원들이 일렬로 늘어섰다. 이들은 출입구를 막은 컨테이너 박스, 본관 옥상, 조립공장 지붕에도 올라가 있었다. 하나같이 붉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복면을 썼다. 아무 말 없이 공장으로 들어오겠다는 옛 동료들을 지켜봤다. 노조 간부들은 확성기를 들고 "앞에 계신 분들 얼굴을 알겠다. 왜 거기 있나. 역적의 앞잡이가 되지 말고 여기 들어와 함께 싸우자"고 했다.
정문 쪽 경찰 지휘차량에서는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력을 배치했다. 양측 모두 폭력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 방송이 흘러나왔다. 또 "사측의 집회신고 장소가 후문이다. 정문 집회는 집시법 위반"이라며 해산을 요구했다. 경찰은 16개 중대 1700여명을 동원했다. 119 구급대와 소방차도 대기하고 있었다.
파업 근로자 부인들은 인간띠를 만들어 비(非)해고 근로자들을 막아섰다. 상복을 입은 이들은 정상조업을 외치는 직원들의 멱살을 잡고, 손으로 밀고, 몸으로 밀쳐냈다. "양심이 있냐" "니들이나 물러가라"고 울부짖었다. 후문에서는 한때 비해고 직원들이 1t 트럭에 합판과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싣고와 공장 진입을 시도하려 했다. 공장 안 노조원들은 쇠파이프를 두드리고, 오물 투척을 준비하며 맞섰다.
오전 10시쯤 비해고 직원들이 정문 앞으로 모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생산직 직원 대표로 무대 차량에 오른 전모씨는 "하루속히 공장 가동이 재개되지 않는 한 쌍용차가 영원히 멈출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일터로 돌아가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해고 직원 부인들이 던진 물병이 무대로 날아들었다.
공장 진입은 포기했다. 곽상철 쌍용차 전무는 "공장 내부에 민주노총 등 외부 세력이 많이 있어 오늘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비해고 직원들은 대신 공장 철조망을 따라 행진했다. 공장 안쪽에서는 이들에게 야유와 욕설을 보냈다. 노조는 이날 사측의 진입 작전 문건을 공개했다. '비해고 근로자들을 3개조로 편성하고 갈고리와 굴착기, 지게차 등을 이용해 울타리를 무너뜨린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는 "오래전 만들어진 자료로 오늘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전 11시30분쯤 자진 해산했다. 큰 충돌은 피했다. 그러나 서로 깊은 갈등의 골을 확인하고 앙금만 굳어졌을 뿐 공장 정상화를 위해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평택=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정창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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