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온 그의 그림 공부는 1979년 공무원 생활을 하던 중 미술대학 학생으로부터 유화 기초를 배웠던 것이 전부다. 사실 그의 어릴 적 꿈은 화가였다. 세 살 때 그림을 그려 신동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소질을 타고났지만 부모의 반대로 미술대학 진학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취미로 틈틈이 그림을 그렸던 그는 91년 제1회 공무원 미술대전에 입선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94년 신미술창작전 최우수상, 95년 목우회 공모대전 입선 등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전·현직 공무원들의 미술동호인 모임 ‘상록회’를 이끌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2000∼2003년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접했던 이국 풍경을 담은 작품으로 꾸며졌다. 스위스 알프스 산장을 그린 ‘초원의 빛’,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지역의 붉은 밀밭을 담은 ‘내 마음의 풍경’, 이탈리아 수상도시 베니스를 화폭에 옮긴 ‘베네치아 야경’ 등 다양한 형태와 색채로 표현한 풍경화 20여점을 내걸었다.
2000년에 제네바 레만호의 수면과 하늘을 그린 ‘레만호에 지다’는 스위스 현지 화랑으로부터 전시 제안을 받았으나 주제네바본부에 기증했다. 이 작품은 주제네바본부 로비에 백남준의 작품과 나란히 걸려 있다.
17일 전시 오픈식을 가진 그는 “유화 붓을 잡은 지 30년만에 개인전의 꿈을 이뤘다”면서 “운전면허를 따고 첫 주행에 나설 때처럼 마음이 긴장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회에는 그의 둘째딸 이영(22)씨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홍익대 미술대학원 회화과에 재학 중인 이영씨는 ‘더 헌티드’ 등 설치작품을 내놓았다. 문 전 차관은 “제가 가지 못한 미술대학 진학을 딸이 대신했다”면서 “부녀전을 가지기로 한 딸과의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고, 무엇보다 가족 중에 동반자가 있어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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