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개혁파 세력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테헤란 도심에서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사망한 시위대를 추모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지 하루 만이다. 하메네이는 19일 오후 테헤란 대학에서 직접 금요예배를 주관하고, 선거 부정 의혹을 일축했다. 전국으로 생중계된 이날 예배에서 하메네이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당선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이란 국민에게 거리 시위 중단을 요구했다.
공은 개혁파 집회를 이끌고 있는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에게 넘어갔다. 무사비 전 총리는 지지자들에게 20일 선거 무효화를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를 촉구했다. 그러나 테헤란 시 당국은 이날 예정된 야권세력의 집회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란 뉴스통신 ISNA가 전했다. 마주보는 열차처럼 극한 대치 상태에 빠진 이란 정국이 '테헤란의 톈안문 사태'로 확산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메네이의 승부수=하메네이는 19일 연설에서 "이란 국민은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을 뽑았다. 이란의 법은 결코 투표 조작을 허용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대선에서 전체 4000만표 중 2450만표를 얻어 당선됐다"며 "표차이가 1100만표가 넘는데 어떻게 그 많은 표가 바뀔 수 있으냐"고 언급했다.
하메네이는 또 "나의 대내외 정책관은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정책관에 가깝다"며 보수파인 현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또 서방 일각에서 제기된 이란 지도층 내 갈등 의혹과 관련 "이란 내 고위 지도자들 간에 균열은 없고, 다만 견해차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메네이는 "이란의 적들은 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이슬람 체제의 적법성을 흔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이란에는 평온이 필요하다"며 거리 시위 중단을 요구했다. 또 "정치 지도자들은 극단주의 행위에 따른 유혈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개혁파 정치인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봉합과 대치의 갈림길=영국 일간 런던 타임스는 하메네이가 이날 설교를 앞두고 무사비 전 총리에게 대선 결과에 승복하든지, 강제 추방되든지 양자택일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실질적인 권력자 하메네이는 선거 이후 처음으로 국민을 향해 시위 중단을 촉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강경진압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시위대 일부가 사망하게 된 책임을 개혁파 인사들에게 돌렸고, 추후 시위사태가 재발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위협했다.
무사비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개혁파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이란의 신정(神政)체제를 지지하는 무사비는 하메네이의 이번 연설로 '자제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 이슬람혁명 이후 30년 만에 폭발한 이란 내 개혁파의 목소리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유혈사태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이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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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 발언 어떻게 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