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이대로 멈출 것인가… 긴장 속 폭풍전야

이란 사태 이대로 멈출 것인가… 긴장 속 폭풍전야

기사승인 2009-06-22 2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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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이란은 지금 폭풍전야다. 대규모 유혈사태 이후 수도 테헤란은 무서우리만큼 깊은 적막감에 휩싸여 있다.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된 뒤 이 같은 고요는 처음이다. 시위대 10여명이 당국의 강경진압으로 사망한 후 대규모 시위는 일단 멈췄다.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이란 정국이 더 많은 피를 부를지, 이대로 잠잠해질지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긴장 속 폭풍전야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테헤란 거리가 피로 물든 후 도시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침묵에 빠졌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이란 최정예 군사조직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발표하고 "시위대가 다시 거리로 나설 때는 혁명적 대결(revolutionary confrontation)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무력 진압을 강력 경고했다.

테헤란 시내에는 경찰 헬기들이 순찰비행을 계속하고 있고 도시 북쪽 무사비 지지층이 모인 곳에서는 산발적인 총소리가 들렸다. 대선에서 패배한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지지자들은 21일 해가 진 뒤 건물 옥상에 올라가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들이 '신은 위대하다'를 외쳤을 때 몇 차례 산발적인 총격 소리가 들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무사비의 집회 참석을 희망하고 있으나 무사비는 애매한 입장을 나타냈다. 시위 명분은 강조하면서도 자제를 촉구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요 국면에서 무사비가 분명한 입장 표명과 방향 제시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시위대가 전한 현장

살아남은 자의 정신적 고통도 크다.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가디언에 익명으로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굳건했지만 시위에 참여한 모든 사람처럼 겁에 질려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연설 이후 이번 시위는 다를 거라고 직감했다. 폭도로 몰려 강경진압을 당할 것이라고. 같이 간 여학생은 너무 무서워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고, 시위대는 "매년 이란에서 수백만명이 죽는데, 이번 시위는 명분이 있지 않냐"며 달랬다. 집결지 엥겔랍 거리는 봉쇄됐다. 테헤란 대학 등 주요 거점에는 진압경찰과 민병대들이 두 줄로 서 시위대를 막고 있었다. 좋은 날씨였다. 경찰은 시위대를 앞뒤로 밀었고, 순식간에 돌이 쏟아지고 최루가스가 터졌다. 멀리서 총소리가 들렸다. 시가전이 따로 없었다. 기고자는 "나도 벽돌을 들고 던졌다. 내가 이런 일을 하다니 내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란 정국의 앞날은

로이터통신은 하메네이의 시위 중단 촉구에도 시위가 끝나지 않고 있는 것에 비춰 볼 때 정부가 비상사태나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는 이상 시위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더럼대 이란전문가 아노우시 에흐테샤미는 무사비의 행보에 따라 시위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무사비가 선봉에 서면 '선거무효'라는 목표를 향해 시위가 평화적이고 질서 있게 진행되겠지만 그가 나서지 않으면 시위는 분열돼 극한 폭력 사태로 번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탄압이 일시적인 안정을 불러오더라도 그것이 유혈진압에 의한 것이라면 더 큰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이란 전문가 바케르 모인은 "시위가 계속되더라도 군경의 강경진압과 시위 중심인물의 체포로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며 "시위가 오래 지속될수록 지도부와 성직자 사회 자체의 분열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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