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남북경색이 곧 풀리겠지 하면서 한달 두달 기다리다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우리 사정을 누가 알겠습니까.”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당시 53·여)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한 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이 지난 11일자로 1년을 넘기면서 강원도 고성지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비가 세차게 퍼붓는 12일 오후 금강산 관문인 남북출입사무소로 가는 명파리길 옆 상점에는 인적이 끊긴 지 오래였다. 유일하게 불이 켜진 건어물 가게를 들어서니 종업원 김모(48·여)씨는 “종업원 다섯 중 나만 남았고 월급도 몇달째 밀렸지만 말할 형편이 못된다”며 “전 재산을 털어넣고 가게 차렸다가 세조차 못내는 사장님 부부가 너무 안됐다”고 말했다.
명파식당 주인 손경숙(58·여)씨는 “인부들에게 밥 해주느라 문은 열어놨지만 집세와 전기료에 들어가는 월 100만원조차 댈 수가 없다”며 “우리가 이럴진대 보릿고개를 겪을 북한 주민들은 얼마나 더 어렵겠냐”고 반문했다. 손씨는 관광객이 끊기면서 누구네 식당이 부도를 맞았고, 누구네 집이 파산했는지 손금 보듯 훤히 꿰면서 민심이 흉흉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금강산 육로관광이 중단된 뒤 고성지역 음식점 697개의 37.8%인 264개가 문을 닫았다.
1년전 금강산 관광객들로 붐볐던 남북출입사무소와 화진포 아산휴게소에는 인기척조차 없다. 드넓은 주차장엔 금강산관광이라고 써있는 흰색 셔틀버스 서너대만 구석에서 비를 맞고 있다. 건물내 은행은 셔터를 내린지 오래고 매점, 식당, 기념품 판매소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다.
콘도 직원이나 식당, 숙박업소, 점포, 자영업자들은 “제발 힘 있고 높으신 분들이 기싸움 좀 그만하고 조금씩 양보했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우리같은 서민들도 살 것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강원도와 고성군은 조림사업 등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고 군비 6억원을 들여 주민돕기를 하고 있지만 실효있는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주민들은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 지역경제에 숨통을 불어넣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고성=국민일보 쿠키뉴스 변영주 기자
yzbyoun@kmib.co.kr
▶뭔데 그래◀ 알몸 뉴스 국내 상륙,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