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숨겨진 출생의 비밀도, 고부간의 갈등도, 재벌 꽃미남의 이유 없는 아줌마 사랑도 없다. 그저 심하게 괴팍한 성격 때문에 나이 마흔이 될 때까지 ‘결혼을 못하는 남자’가 있을 뿐이다.
2006년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KBS 2TV ‘결혼 못하는 남자’가 한자릿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얀 거탑’ ‘꽃보다 남자’ 등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다른 작품이 높은 인기를 끌었던 것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문화평론가들은 이 드라마의 시청률 실패 요인은 “상투적 한국형 드라마 구조와 캐릭터의 부재”라고 지적한다. 선과 악이 치열하게 대결하고, 난데없이 죽을 병에 걸리는 사람이 등장하는 한국 드라마의 단골 요소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인물 면에서 역시 꽃미남, 재벌가의 딸, 또순이, 현모양처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캐릭터가 없어 시청자의 입맛을 맞추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성수씨는 “‘꽃보다남자’나 ‘하얀거탑’이 악인이 등장해 갈등을 고조시키는 한국형 드라마에 가까웠다면 ‘결못남’은 잔잔한 에피소드로 구성돼 세밀한 감정선과 디테일로 승부하는 전형적 일본 드라마”라며 “극적인 구조에 익숙한 한국 시청자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지나치게 원작을 그대로 가져옴으로써 한국적 정서에 부응하지 못한 셈이다. 방송 초반 시청자 게시판에는 에피소드 뿐 아니라 사소한 세부 설정까지 원작과 너무 똑같아 한국판만의 매력이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남자 주인공(지진희 분)의 ‘혼자 식당에서 고기 구워먹기’ 에피소드는 주인공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라고 하더라도 ‘혼자’하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겐 어색한 설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완전히 일본판 드라마를 한국어로 더빙한 것 같다”며 “지나치게 일본 드라마를 그대로 베껴 인물의 말투나 행동양식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본판 ‘결못남’이 일본 미혼 남녀의 생활 방식과 고민을 반영해 인기가 높았듯이, 한국판 ‘결못남’에서도 한국 독신들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 등 한국의 사회적 요소를 담아 각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있었다.
문화평론가 최영균씨는 “‘꽃보다남자’의 경우 한국 정서에 맞추기 위해 원작을 각색하기도 했다”며 “이제 후반부로 접어든 ‘결못남’이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 대중의 공감을 살 수 있는 한국적 요소를 가미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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