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미국 의료보험제도는 비싸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악명 높다. 진보적 성향의 민주당은 집권 때마다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린 빌 클린턴 정부도 의료보험 개혁에는 실패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후보시절부터 국내 정책 1순위로 의보 개혁을 꼽아왔다.
새 정부 출범 후 지난 몇 개월간 갑론을박을 벌여온 민주당의 의료보험 개혁안 중 하원안이 14일(현지시간) 발표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진실로 행복한 날이다. 미국의 위대한 중산층을 위한 역사적 법안이 오늘 탄생했다”며 개혁안을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전례없는 협력으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환영했다.
1018쪽짜리 방대한 보고서는 전국민 의료보험 의무화, 2019년까지 무보험자 3700만명 보험 제공 등의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향후 10년간 여기에 투입되는 추가 재원은 1조(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보도)∼1조5000억달러(AP보도) 수준이다. 재원은 ‘백만장자세’라고 불러도 좋을 고소득층 증세로 마련하기로 했다.
개인소득 28만(약3억5800만원)∼80만달러(약10억200만원)인 사람은 과표 기준 초과 소득의 1∼1.5%, 80만달러 이상인 경우에는 5.4%의 부가세를 물린다. 가구의 경우에는 기준이 35만∼100만달러와 100만달러 이상으로 높아진다. 예를 들어 2011년부터 한해 50만달러를 버는 가족은 연간 1500달러, 100만달러 이상 가구는 연간 9000달러의 추가 세금을 내야 한다. 증세에 영향을 받는 인구는 전체의 1.2%로 추산됐다.
이렇게 10년간 확보되는 추가 세원은 5440억달러다. 예상 비용의 30∼50% 수준이다. 나머지 부족분은 병원과 제약회사 등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줄여 메우기로 했다. 만약 비용 절감에 성공하지 못하면 2년 뒤인 2013년에는 부가세율이 1∼1.5%포인트씩 높아진다. 영세사업장도 영향을 받게 된다. 보험가입이 의무화되기 때문에 총지급 월급이 25만달러를 넘는 사업자의 경우 직원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총월급의 8%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대신 소득 8만8000달러 이하 가구는 국가로부터 의료보험용 보조금을 받는다.
공화당과 재계는 즉각 반대했다. 미 상공회의소와 소매협회 등 31개 재계 단체들은 “영세기업은 저임금 노동자를 해고할 수밖에 없다. 법안은 1018쪽짜리 일자리 킬러”라고 민주당 개혁안을 비난했다. 공화당 존 보이너 하원 원내대표는 “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경제와 기업을 모두 죽이는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법안의 운명은 별도의 개혁안을 준비 중인 상원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게 된다. 상원 개혁법안은 고소득층 증세 대신 제약회사 및 의료업계 비용을 더 많이 늘리는 방향이어서 하원보다는 덜 급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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