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도, 현 정권도 모두 인재난을 겪었다. 중앙인사위원회가 관리하는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인재는 지난해 8월말 기준 16만여명. 5급 이상 공무원, 교수 및 연구원, 기업인, 변호사 등 우리 사회 엘리트들이 총망라돼 있다. 그럼에도 인재난이다.
◇빼다보면 사람이 없다=청와대 인사비서관실은 장관 등 주요 자리마다 수십명씩 후보군 명단을 작성해 별도로 관리한다. 해당 자리에 인사요인이 생길 경우, 이 후보군 명단에 외부 추천을 더한 뒤 선별 작업에 들어간다. 후보군을 추리다보면 남는 사람이 별로 없다.
기본적으로 인사는 5∼6가지 기준을 검토한다. 우선 능력이다. 대부분 후보군이 능력 면에서는 탁월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대통령과의 철학적 공유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임명권자와 코드가 맞지 않으면 배제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일부 인사들이 탈락한다.
부동산, 음주운전 등 법위반과 관련해서는 의외로 탈락자가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현 50∼60대 엘리트들은 개발시대를 거쳐온 사람들”이라며 “강남 아파트 한두번 사고팔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남에 아파트 한두채가 있으면 재산이 20억이 넘어간다.
그러나 국민들이 고위공직자에게 바라는 도덕적 수준이 엄격해졌다. 과거의 관행과 현실의 기준이 충돌하면서 이른바 ‘국민정서적 경력관리’가 안된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 안배, 과거의 문제발언, 권력내부의 비토그룹 존재여부, 사생활 등까지 겹치면 후보들이 대부분 나가떨어지게 된다. 심지어 현직 A장관은 인선 당시 후보순위 12위였다는 얘기마저 나돌았다. 윗순위 11명이 검증 작업에서 낙마했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건 낭설”이라면서도 “그만큼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측근 중용론 대두=이 대통령은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앞두고 있다. 인재난 속에 대규모 인사수요가 발생한 셈이다. 이 대통령이 전체인사구도를 어떻게 잡아나갈 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권에서는 두가지 전망이 나온다. 우선 측근 중용론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백용호 국세청장,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2명을 임명했다. 백 국세청장은 이 대통령이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천 전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 후보자는 결국 낙마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측근 중심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임태희 주호영 최경환 의원,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친이직계 의원은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며 “대통령을 잘 보좌할 수 있는 사람들이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흐름은 공무원 중용론이다. 천 후보자 문제를 계기로 자기관리가 중요해졌고, 공무원 그룹이 가장 관리가 잘 돼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여권 일부에서는 학계 보다는 공무원 발탁을 주장하는 흐름이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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