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SK-롯데전에서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수술 받은 SK 박경완을 대신하고 있는 정상호가 홈으로 쇄도하던 롯데 이대호와 충돌,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되는 일도 벌어졌다.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지만 SK로서는 실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화와 SK를 비롯해 올 시즌 프로야구 각 팀들이 '포수 기근'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현재 박경완, 삼성 진갑용와 현재윤, 롯데 강민호와 최기문, LG 김정민 등이 부상을 당해 1군에서 제외됐거나 제외될 상황에 처해 있다. 결국 삼성은 16일 두산에 좌완투수 지승민을 내주고 포수 채병용을 받는 긴급 트레이드를 실시했고, LG도 같은 날 두산이 웨이버 공시한 이승환을 영입했다.
올 시즌 포수난이 심한 것은 포수들의 부상이 유독 잦았기 때문이다. 포수는 원래 다른 야수들보다 훨씬 부상 위험이 큰 포지션이다. 5㎏ 안팎의 장비를 두르고 경기 내내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탓에 체력 소모가 워낙 큰 데다 파울 타구에 맞는 일도 많다. 특히 올해는 극심한 순위경쟁 때문에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와 이를 막으려는 포수가 충돌하는 일이 잦아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다른 포지션과 달리 한 번 주전이 되면 장기집권하는 포수의 특성상 노련한 신인이 드문 것도 각 팀들이 포수난을 겪는 원인으로 꼽힌다. 각 팀마다 대략 5명 정도의 포수 자원이 있지만 1군 경기를 제대로 이끌어갈 만한 선수는 1∼2명에 불과하다. 적어도 5년 정도 1군 경기를 지켜보고 2000이닝 정도는 소화해야 제대로 된 포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30대가 돼야 겨우 베테랑이란 소리를 듣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투수들의 공을 받느라 타격 연습을 제대로 하기도 어려운 것도 포수의 고충이다.
이 때문에 최근 젊은 선수들 사이에선 포수 포지션을 기피하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구단들 역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포수를 키우는 노력을 등한시한 면이 적지 않다. 그나마 두산이 '포수 사관학교'라는 별명답게 많은 포수를 키워 다른 팀과 트레이드 한 것이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올 시즌을 기점으로 포수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한 각 팀들도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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