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자리잡기 쟁탈전이 벌어지던 지역 대학의 도서관이 여름 방학을 맞아 텅 비었다.
학생들이 각종 취업정보와 자료, 유명강사가 집중돼 있는 서울로 몰리기 때문이다. 도서관도 중앙집중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계명대 성서캠퍼스 도서관은 이달부터 모두 1천석의 열람석 중 700석만 운영한다. 방학을 맞아 이용 학생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20일 오전 10시쯤 잔여석을 보여주는 전자시스템에는 그나마 600석가량이 빈 자리인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경북대 도서관도 이용률이 줄기는 마찬가지다. 20일 경북대도서관에 따르면 방학 전인 5월 한 달간 이용자는 9천700명이었으나 6월 이용자는 2천여명이 준 7천100명 수준이었다. 경북대 도서관측은 지난해 6∼7월 방학 무렵과 비교하면 1만명 정도가 도서관을 적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름방학을 맞아 대학도서관이 '공간(空間) 도서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잘 갖춰진 냉방시설과 편의시설로 여름방학 때면 학생들의 이용도가 높았던 대학도서관이 외면받고있는 것이다.
해외연수, 아르바이트 등으로 캠퍼스를 떠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지만 주된 요인은 심각한 취업난으로 속칭 '스펙(specification의 약자: 취업생들 사이에서 학점, 영어점수 등을 일컫는 말)'을 위해 서울로 가는 학생이 해마다 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북대 조강우씨(24·법학과)는 "시험 정보와 자료, 유명강사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방학 때마다 친구들이 서울 신림동으로 많이 간다"며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올라가지 못했지만, 이번 방학 때도 친구 3명은 서울로 갔다"고 말했다.
심지어 학교 차원에서 상경 학생들을 뒷바라지하는 지역대학도 있다. 동양대(영주)는 방학기간 상경하는 학생에게 학원 수강료와 숙식비를 제공한다. 서울지역 학원에 다닌 학생들도 추후 수강증을 제출하면 비용을 정산해 준다.
대학들의 다양한 방학 연수 프로그램도 텅빈 도서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학을 이용해 서울지역 대학과 교류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서울 상경의 원인이 되고 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심지훈기자 s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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