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논의 본격점화, 한은은 고심중

‘출구전략’ 논의 본격점화, 한은은 고심중

기사승인 2009-07-23 2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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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계기로 통화완화기조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이른바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점차 가열되고 있다.

KDI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주택담보대출 금융규제, 한은 총액한도대출 등 위기 상황에서 취해졌던 비상조치들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한국은행이 통화안정증권 발행을 늘려 넘치는 시중자금을 흡수하고 있고, 외화유동성도 거의 대부분 회수했다"며 "다른 조치들은 파급력의 크기를 고려해 시차를 두고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월가에서 '족집게' 경제분석가로 통하는 손성원(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23일 출구전략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주장과 함께 한국 정부가 금리 인상이나 증세 정책을 피하고 현재 시행 중인 경기부양책을 2011년까지는 지속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손 교수는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일본이 1999년 경기부양책을 쓴 뒤 재정 적자가 확대되니까 세금을 올리고 부양책을 줄였다가 결국 장기 침체를 맞았고 미국도 19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의 때이른 출구정책으로 대공황을 불러오는 큰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출구전략이 현 시점에서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상황 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방안들의 시행시기와 방법을 저울질하고 있다. 우선 10조원에 이르는 총액한도대출의 규모 축소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한은은 4분기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오는 9월에 논의할 예정이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물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총액한도대출을 줄이면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총액한도대출은 한은이 한도를 정해놓고 은행별로 중소기업 지원 실적에 연계해 시장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배정해 주는 제도다.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높아졌고 채권시장도 안정된 만큼 은행자본확충펀드나 채권안정펀드에 출연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정부도 출구전략을 조기 시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22일 "KDI가 경기에 대해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과 달리 정부는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급속한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와 한은이 금리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구사하는 시점은 경제가 확실하게 회복될 조짐을 보일 때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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