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신문과 대기업의 종합편성채널 진출이 허용됨에 따라 지상파 3사 중심의 방송 구도는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영방송법 제정 등을 통해 '1공영 다(多)민영' 체제가 도입된다면 지금의 방송 산업은 일대 지각변동을 겪게 된다.
정부·여당의 기조가 1공영 다민영을 지향하고 있으므로 신규 지상파 채널 허가로 이어질 경우 KBS
MBC SBS 등 3사의 독과점 구조도 무너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채널 춘추전국시대로
하지만 지상파 3사 중심의 구도에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지분 취득 범위가 10%로 제한됐을 뿐 아니라 겸영 역시 2013년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영방송법이 제정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MBC가 민영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공영방송법은 KBS, EBS 등 공영방송을 대상으로 한다. 수신료 인상을 통해 재원의 80% 이상을 충당하고 공영방송위원회에 사장 임명권 등의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요지다. 이렇게 되면 법안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MBC는 민영방송으로 분류돼 향후 공영방송 정책 틀에서 배제될 수 있다.
학자들은 향후 정국의 가장 큰 쟁점은 MBC 민영화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영방송인 KBS는 정치적으로 정부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MBC마저 민영화되면 방송 3사가 갱신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손안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2013년부터 지상파 방송사들은 아날로그 방송 전송을 중단하고 고화질(HD) 디지털 방송만 송신하게 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2013년 디지털 전환 후 아날로그 방송 주파수 대역에서 108메가가 남게 된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 사업을 하는데 주파수 40메가 정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상파 민영 방송사가 2개 더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방통위는 동시에 2∼3개 채널의 방송을 동시에 내보내는 다채널방송서비스(MMS)를 지방파 방송에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10여개가 넘는 지상파 채널과 종편채널 등이 공존하는 방송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모두 배고픈 미디어산업 될수도
신문과 대기업 소유의 종편 채널 등장 등으로 채널이 많아지게 되면 기존 지상파 방송사는 득보다 실이 크다. 절대적 수입원인 광고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SBS와 MBC는 주수입의 광고 의존도가 100%에 가깝다. 지상파 3사의 광고 수입은 2002년 이래 매년 1000억원 가까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방송 시장에 경쟁 바람을 불어넣어 산업 규모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재 광고시장의 파이가 커지지 않는 이상 수익 구조가 악화될 것은 뻔하다. 종편 채널이 지금도 영세한 군소PP(Program Provider)들의 광고를 빼앗아 오면서 작은 사업자들이 전멸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또 민영 방송광고판매대행사 도입으로 방송 광고 시장이 완전 경쟁 시장이 될 경우 광고는 시청률 높은 메이저사에 몰리고 지역 방송 등은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 연구소장은 “현재 우리 방송광고 사정으로는 잘해야 1개 정도의 종편을 더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관련 애널리스트들 역시 광고 시장의 성장 여력이 별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든 매체가 빈곤에 빠지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노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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