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등단 51년째를 맞는 문단의 거목 고은(76) 시인은 대표작 ‘만인보(萬人譜)’를 최근 탈고한 소감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만인보’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의 구비를 살아왔고,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시집이다. 전 30권, 3800여편의 방대함은 물론 기획의 독창성에서도 우리 현대 문학사 최고의 문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난 21일 경기도 안성 집으로 찾아가 ‘만인보’ 탈고에 관해 깊이있게 이야기를 나눴다. 고씨는 1980년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남한산성 육군교소도에 갇혀 있던 극한의 상황에서 이 시집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살아남는다면 내가 만났던 사람들, 살다가 묻혀 흙으로 돌아간 우리 역사 속의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시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구상의 과정이 나를 지탱시키고, 절망에서 건져 올렸다”고 회고했다.
‘만인보’는 지금까지 26권이 나왔으며 고씨는 이달 초 마지막 원고를 탈고했다. 창비는 내년 2월쯤 이번에 탈고된 27∼30권과 전 30권을 2∼3권씩 묶은 합본을 함께 펴낼 예정이다.
고씨는 “첫 시집을 낼 당시 3000편으로 쓰겠다고 한 세상과의 약속은 지켰지만 내 마음속에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에는 ‘처녀’라는 작품을 통해 시도, 소설도 아닌 새로운 장르를 시도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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