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바라보는 MB의 착잡한 시선

검찰을 바라보는 MB의 착잡한 시선

기사승인 2009-07-26 23:02:01


[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 주변에서는 지난주 후반부터 '후보자가 압축됐으며, 이 대통령의 낙점(落點)만 남았다'는 말들이 무성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뚜렷하게 부각되는 후보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나왔다. 또한 천성관 전 후보자 낙마에 따른 부담으로, 후보자 검증작업이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발표 시점이 늦춰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검찰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검찰이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좀 무리했던 측면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는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천성관 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상황을 보고받은 뒤 "국회청문회에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느냐"며 천 전 후보자 지명 철회를 결심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실제 반응은 훨씬 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매우 화가 많이 났다"고 전했다. 천 후보자가 청와대의 교체기류를 미리 알고 내정철회 전에 미리 자진사퇴 발표를 하는 선수를 쳐 청와대의 감정도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 조사에서도 청와대 내부의 기류는 소환 조사보다는 방문조사 등을 바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수사에 관한 부분이어서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직접적인 언급을 할 수는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기류 정도는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가 청와대 뜻과는 달리 검찰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얘기다.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는 '검찰이 여러가지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도 나왔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기획수사' 같은 의도적인 느낌을 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검찰도 그런 부분을 좀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지난 2007년 도곡동 땅 수사, BBK 수사까지 검찰 수사로 여러번 고비를 겪었던 이 대통령의 개인적인 경험도 작용한 듯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가 검찰을 통제하지 않고 자율에 맡긴 것이 검찰권이 남용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견해도 있다. 검찰총장 후보자는 강원 출신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 서울 출신인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 부산 출신인 문효남 전 부산고검장 등으로 압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들을 대상으로 정밀 검증을 진행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빠르면 27,28일쯤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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