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민주화 상징 아키노 전 대통령 타계

필리핀 민주화 상징 아키노 전 대통령 타계

기사승인 2009-08-02 17: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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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필리핀 민주주의의 상징인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타계했다. 향년 76세.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베니그노 아키노 3세 상원의원은 "어머니가 1일 오전 3시18분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며 "암 세포가 다른 기관에 퍼져 치료를 계속 받기에는 너무 쇠약해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아키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결장암 진단을 받은 뒤 마닐라의 한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아왔으나 최근 암이 간까지 전이되면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필리핀 대통령궁의 세르지 리몬드 대변인은 "정부가 1주일간의 국민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며 "아키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보통시민으로 살아온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장례식을 국장으로 거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933년 부유한 정치가문에서 태어난 아키노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프랑스어와 수학을 전공한 뒤 야당 지도자로 승승장구하던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와 결혼해 딸 넷과 아들 하나를 뒀다. 전업주부였던 그는 1983년 남편이 암살당하자 정치에 뛰어들어 86년 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독재정부를 무너뜨린 뒤 집권에 성공했다. 그는 필리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기도 하다.

아키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수 차례 군부의 쿠데타 기도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대통령 임기를 '6년 단임'으로 제한하는 등 민주주의 토대를 다진 뒤 92년 권좌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에는 복지재단을 설립해 대외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아키노 전 대통령의 타계 소식에 세계 정상들도 슬픔을 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조전을 통해 "아키노 전 대통령의 용기있는 지도력이 필리핀의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에 크게 기여했음을 잊지 않고 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유가족과 필리핀 국민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키노 전 대통령은 필리핀 역사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그의 용기와 결단력, 도덕적 지도력은 모두에게 감화를 주고 있다"고 애도했다. 와병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도 주한 필리핀 대사관을 통해 유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80년대 초반 미국 하버드대에 체류하던 시절 아키노 전 대통령의 남편과 교분을 나눴고, 아키노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취임식 때 참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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