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평양을 전격 방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북한에 억류중인 여기자 2명의 석방 문제를 포함해 북·미 관계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언론매체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면담, 북한과 미국간 공동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해 폭넓은 의견교환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정중히 전달했으며, 진지한 담화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은 북측의 보도 내용을 부인하며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미국인 여기자 석방을 위해 이뤄진 '오로지 개인적인 활동(solely private mission)'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중대 제안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북·미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전제로 북·미 관계 정상화와 경제·에너지 지원 등을 약속한 '포괄적 패키지'를 포함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북·미 대화가 사실상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두 사람 회동에 이어 이날 저녁 백화원 영빈관에서 국방위원회 주최 만찬이 열렸으며, 이 들 자리에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위원장은 물론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대남 담당인 김양건 통전부장 등이 배석했다.
앞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 48분쯤 순안공항에 도착한 직후 북한 당국자들과 억류중인 여기자 석방 등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으며 이르면 5일 여기자들과 함께 귀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정치 현안과 억류 여기자 문제의 분리 원칙을 강조하기 위해 방북 일행에 정부 당국자들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방북 시 북·미 직항로를 이용했으며, 직항로 운영은 한국전쟁 이후 두 번째다.
우리 정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미국과 계속 협의해 왔으며, 이번 방북 성사에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한 북·미간 뉴욕채널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1994년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 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15년 만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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