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최불암씨가 1991년 자전 에세이 ‘최불암, 그게 무엇이관데’를 김종규 당시 삼성출판사 사장에게 전하며 책장에 서명한 내용이다. 서울 구기동 삼성출판박물관이 10일부터 12월31일까지 여는 ‘책을 건네다’ 전에는 김 관장이 문화예술계 인사로부터 받은 친필서명본 100권을 선보인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시인 고은 김지하, 소설가 김주영 김훈 황석영 신경숙, 배우 김혜자 최불암씨 등이 자신의 책을 선물하면서 정성스레 써넣은 문구들이 전시된다. 만화가 박재동씨는 책 속에 김 관장의 얼굴을, 철학자 김용옥씨는 문인화를 각각 그려 넣었다. 작고한 구상 시인은 이름 두 글자만 쓰고 인장을 찍었다. ‘문화계 마당발’로 통하는 김 관장이기에 가능한 전시다.
100명의 저자 중 10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김 관장은 “의형제를 맺었던 구상 시인으로부터 ‘인연을 살려 쓸 줄 알라’는 가르침을 얻었다”면서 “단순히 유명 저자의 친필서명이 아니라, 바람직한 소통의 문화를 보여주는 전시”라고 밝혔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친필서명은 평소 도움과 격려를 준 분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저자의 마음의 흔적이자 책임의식의 표현”이라며 “저자와 책을 선물받은 지인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등 사료로서의 가치도 있다”고 말했다(02-394-6544).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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