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준영이는 울고 싶어도 소리내 울지 못한다. 기도가 막혀 숨이 넘어갈 것 같아도, 그 답답함에 눈에선 닭똥같은 눈물이 흘러내려도 ‘엄마’라고 소리내지 못한다.
아직 16개월밖에 안된 준영이가 앓는 병은 희귀 난치성 질환인 트리처콜린스 증후군이다. 이 증후군은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질환으로 광대뼈, 턱, 귀 등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고 시력과 청력에도 문제가 생기는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희귀 난치성 질환자들을 치료해 온 MBC ‘닥터스’가 10일 오후 6시50분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소리내 울지 못하는 준영이와 그런 준영이를 대신해 가슴으로 우는 가족들의 사연을 전한다.
아래턱뼈가 발달하지 못한 준영이는 이가 맞지 않아 이유식 먹는 것조차 쉽지 않다. 무엇보다 준영이를 힘들게 하는 건 혀가 기도를 막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것. 궁여지책으로 기관절개술을 통해 숨길을 확보했지만, 그 때문에 준영이는 목소리를 잃었다.
수시로 기도를 막는 음식물과 가래는 준영이에게 가장 위험한 적이다. 조그마한 밥풀 하나가 기도를 막아도 준영이는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특히 가래는 오랫동안 방치하게 되면 안에서 굳어져 호흡을 방해한다. 그럴 경우 자칫 치명적인 뇌손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준영이는 답답해도 소리를 낼 수 없다. 그래서 엄마는 빨래할 때도 밥 먹을 때도 하루 24시간 준영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준영이가 잠들어 있을 때는 숨소리로만 그 상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엄마는 이미 편안한 잠을 포기한 지 오래다. 가래와 음식물을 빼내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는 석션은 엄마에게도 준영이에게도 힘겨운 시간이다.
아빠가 마흔을 넘겨 얻은 늦둥이 준영이는 애틋하디 애틋한 아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있을지 모르는 수술을 대비해 아빠는 잔업에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처음 준영이의 병을 알게됐을 땐 절망했지만 이제 준영이는 아빠가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이유로 존재한다.
가족들의 바람은 단 하나. 준영이가 혼자 힘으로 편안하게 숨을 쉬는 것. 그리고 가족들이 다 함께 고통스럽고 힘든 순간들을 지금처럼 꿋꿋하게 견뎌내는 것이다. 작고 여린 준영이가 과연 무사히 수술을 받고 가족들에게 예쁜 미소를 보여줄 수 있을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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