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턴키 입찰’은 복마전

건설사들 ‘턴키 입찰’은 복마전

기사승인 2009-08-09 23:35:00
[쿠키 경제] “터질 게 터진 거죠.” “걸린 업체만 억울한 거죠, 뭐….”

금호건설의 파주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 입찰로비 의혹이 검찰 수사에 이어 파주시와 금호건설 간의 계약해지까지 이어지자 건설업계는 그동안 복마전으로 이뤄지던 턴키(Turn-key) 입찰 비리가 또 터졌다는 반응이다.

턴키 입찰이란 열쇠만 돌리면 문이 열리 듯 설계와 시공, 감리 등 각 과정에 대한 개별 입찰 없이 1개 업체에 한꺼번에 맡기는 일괄 수주 방식을 뜻한다. 따라서 건설사가 기본 설계를 마친 상태에서 입찰에 참여했다 탈락하면 설계 비용을 고스란히 날리게 돼 예비 입찰 평가위원에 대한 로비에 목을 맨다는 것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업체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일부 교수들 중에는 입찰에 성공하면 성공보수를 요구하면서 일정금액 이하로는 받지 않겠다는 배짱도 부린다”고 밝혔다. 중견업체인 B건설사 실무자는 “각 건설 업체에서 몇 명의 교수를 관리하고 있느냐가 그 업체의 입찰 경쟁력을 가늠할 정도”라고 말했고, C건설사 직원은 “교수들이 어떤 업체와 얼마나 가깝게 지내는지 건설사 사이에서 말은 안해도 파악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로비는 십중팔구 심의위원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는 교수가 속한 대학 출신의 건설사 직원이 맡는다. 학연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교수에게 접근한 뒤 금품을 건네는 수순이 일반적이다. 또 관련 공무원들과도 지속적으로 접촉해 심의위원 명단을 빼내거나 자사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업계 실무자들이 전하는 로비 실태의 단면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턴키 방식 자체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D건설 관계자는 “입찰비리 문제가 발생하면 심의위원들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점수를 줬다고 주장하면 끝”이라며 “외국처럼 공사 심의를 공무원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뒤따르는 책임 소재까지 엄격하게 가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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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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