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수송차 탈취미수 수사 한달째 답보…용의자 인상착의·동선 파악 안돼

현금수송차 탈취미수 수사 한달째 답보…용의자 인상착의·동선 파악 안돼

기사승인 2009-08-12 17:45:01

[쿠키 사회] 지난달 14일 오전 8시50분쯤 비 내리는 서울 종각역 사거리. 1m60 안팎의 키에 몸이 마른 30대 초반의 남자가 도로를 가로질러 청계천 방향으로 질주했다. 퉁퉁 부은 얼굴에 안경을 쓰고 줄무늬 남방과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10여분 전 현금 4억5000만원이 실린 수송차량을 탈취하려다 두 대의 차를 들이받고 실패한 용의자였다. 그는 저마다 우산을 펼쳐 들고 출근하는 인파 사이로 사라졌다.

도심 한복판에서 현금수송차량 탈취미수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이 다 됐지만 경찰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도주로 등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관할서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12일 이렇다 할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방대한 양의 자료를 보고 또 보느라 애먹는 표정이 역력했다. 용의자를 찾아내는 데 쓸 만한 단서도 아직 없다. 이대로라면 대낮에 용의자와 마주치더라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칠 공산이 크다.

사건 직후 종로서는 전담반을 꾸리고 이 사건 해결에 몰입했다. 그동안 돌려 본 CCTV 영상은 수만 건이다. 종로 일대 건물 안팎과 도로, 지하철 역사는 물론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 찍힌 영상까지 일일이 확인했다. 그 중 일부를 추려 목격자들이 진술한 용의자 인상착의와 대조했다. 하지만 수사 대상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영상으로 남아 있는 용의자의 모습은 피해 차량 내부 카메라에 찍힌 옆모습이 유일하다.

피해 업체 전·현직 직원을 상대로 벌인 탐문 수사에서도 별 소득이 없었다. 경찰은 현금수송업체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조사에 나섰지만 막상 관련자가 많아 추려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수사에 필요한 자료는 모두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들을 조사하면서 수사망을 좁혀 가고 있으니 조만간 성과가 날 것”이라는 설명을 지난달 말부터 되풀이하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의 몽타주를 그려 놓고도 수배 전단엔 피해 차량 안에서 찍힌 사진만 넣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대상을 혼동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몽타주의 정확성을 자신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시민에게 공개된 정보가 제한되다 보니 쓸만한 신고나 제보도 없었다. 지난달 15일 한 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자신을 ‘수송차 탈취범으로 몰린 사람’이라고 주장한 사람의 글은 논란만 일으켰을 뿐 수사에 구체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가 최근 수사 과정에서 추출됐다. 피해 차량 운전대와 운전석 바깥 문고리 등에서 나온 지문 5점과 함께 용의자에게 가장 근접한 단서다. 이 단서들은 용의자를 잡은 뒤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용의자를 직접 찾아갈 수 있는 단서는 못 된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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