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과자를 훔친 여고생에 대해 마트측이 100배 변상을 요구하자 여고생 부모가 마트를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9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A양(18)은 지난달 31일 오후 해운대구의 한 마트에서 과자와 소시지 등 7100원어치의 물건을 훔쳐 나오다 마트 직원에게 발각됐다. 마트측은 “규정상 물건을 훔치다 적발되면 물건 가격의 100배를 변상해야 한다”며 71만원을 변상할 것을 요구했다. 물건값을 변상하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합의한다는 조건이었다.

변상액이 많아 감당하기 힘들었던 A양의 부모는 두 차례 마트를 찾아가 합의금 액수를 낮춰줄 것을 요청했고, 마트측은 50만원으로 조정했다. 마트측은 지난 13일까지 합의금이 입금되지 않을 경우에는 신고를 하겠다고 통보했으나 끝내 합의금을 받지 못하자 같은 날 A양을 경찰에 절도혐의로 신고했다.

이에 맞서 A양의 부모는 “마트가 과도한 변상액을 요구하며 협박했다”며 마트 관계자를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A양의 부모는 “딸이 물건을 훔친 것은 정말 잘못한 일이고,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마트의 요구는 너무 과하다”며 “이번 일로 가족 모두가 심한 정신적 충격에 빠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마트 관계자는 “평소에도 잦은 도난사건으로 재산상 피해를 많이 입어 불가피하게 자체적으로 변상 기준을 만들었고, 눈에 잘 띄는 곳에 경고문까지 부착했다”고 말했다. 마트 측은 “A양의 부모와 원만하게 합의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신고했다”며 절도 사건을 법적으로 처리할 뜻을 밝혔다.

경찰은 A양을 절도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A양 부모의 고소 내용에 대해서는 법리적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