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의 서거 때는 독설을 서슴지 않았던 김 전 교수가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의외로(?) 점잖은 평을 하고 있다.
김 전 교수는 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인생무상을 느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 모두에게 착잡한 심정과 인생의 무상함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이제 평화롭게 그 생이 막을 내렸으니 당장에 할 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해방 전후의 젊은 시절부터 야당지도자로 반정부 운동에 참가하게 된 것, 일본에서의 납치, 사형선고와 망명, 대통령 당선 등 일대기를 홈페이지에서 담담하게 서술했다.
다른 보수인사들이 으레 언급하던 이념적 덧칠이나 지역주의에 대한 비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에 갔다가 괴한들에게 납치된 뒤 천우신조로 살아서 동교동 자택에 돌아올 수 있었고 그 소식을 듣고 자택으로 달려가 서로 손을 잡고 기뻐했던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라는 대목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이 쓰는 글을 연상케할 정도다.
비판적 뉘앙스가 풍기는 유일한 부분은 “어른이 가고 난 뒤에 그의 추종자들이 추태를 부리는 일만은 없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바”라며 DJ 지지자들에게 충고한 문구 뿐이다. 김 전 교수의 이 같은 자세는 지난 6월25일 홈피에서 DJ를 향해 “투신 자살해야 한다”고 비난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정도다.
하지만 두 달여 전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때 김 교수는 잇단 독설로 구설에 올랐다. 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인 6월1일 자신의 홈피에“부정과 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전직 대통령이 자살한 순간부터 성자가 되는 나라가 지구상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5월25일에는 “노무현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뿐이다. 비극의 책임은 노씨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교수의 이 같은 상반된 반응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유대감’차이로 해석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과는 노선 차이가 있었지만 1970년대에는 재야 인사로, 90년대 초에는 같은 야당 인사로 교류를 해온 입장에서 그의 서거를 애틋한 연민으로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생전에 DJ와 날카롭게 대립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막판에 화해를 하며 회한의모습을 보인 점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실제 김 전 교수는 자신의 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적과 과실을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세월이 많이 흐르고 난 뒤에 역사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라며 DJ에 대한 평을 유보했다. 동시대인으로 동고동락했던 옛정을 감안한 흔적이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