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선거가 20일 탈레반의 로켓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치러졌다.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두번째로 치러지는 이번 직선제 대선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대아프간 전략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탈레반 로켓 공격 속 일부 투표소 폐쇄=투표는 전국 7000여 투표소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34개 지역에서 의원 420명을 뽑는 선거와 함께 진행됐다. 1560만명의 유권자들은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 시간대에 주로 투표소를 찾았다. 오후 4시로 예정됐던 마감은 투표 독려를 위해 1시간 늦춰졌다. 그러나 투표율은 2004년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탈레반 거점 칸다하르의 선관위 관리는 참여가 40% 가량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는 군과 경찰 17만명, 현지 주둔 외국군 10만명 등 30만명을 전국 투표소 치안 유지에 동원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투표를 마친 뒤 "아프간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투표장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 보이콧을 선언하고 투표소 공격을 예고했던 탈레반은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서 로켓 공격을 감행했다.
헬만드 지역에선 로켓 공격으로 어린이 1명이 숨졌다. 수도 카불과 북부 쿤두즈, 남부 칸다하르, 중부 가즈니주 등지에서도 수차례 로켓 공격이 이어졌다. 서부 헤라트주 신단드 지구에서는 무장세력이 3개 투표소를 폭파해 투표함 등이 불탔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파르카르 지역에선 자살폭탄 테러범 2명이 체포됐다.
또 카르티나우 지역에선 연합군과 탈레반의 교전으로 투표소가 폐쇄되는 등 전국적으로 700여 투표소에서 정상적인 투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카르자이 과반득표 여부 관심=42명의 출마자 가운데 최종적으로 36명의 후보들이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다. 현재로선 카르자이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2004년 대선에서 55% 득표율을 기록했던 카르자이 대통령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6주 후인 10월 초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공식 투표 결과는 다음달 17일쯤 발표될 예정이다. 폭격으로 파괴된 도로 등 열악한 교통사정과 험준한 산악 지형 탓에 일부 지역 투표함을 말과 당나귀, 낙타 등을 이용해 옮겨야 하기 때문에 공식 집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오바마의 아프간 정책 첫 시험대=미국은 2001년 탈레반과 전쟁을 시작한 이후 2200억달러(약 276조원)를 투입했고, 지금도 매달 40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어서 철군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19일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1%가 아프간전 수행에 부정적이었다. 미군이 철군하기 위해서는 탈레반에 공격적이고, 친미성향 정권이 들어서야 한다.
그러나 당선이 유력한 카르자이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여 있는 데다 부족 원로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공개되면서 미국은 대선 후폭풍을 염려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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