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휘발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제 가격은 연초 대비 2배 정도 올랐다. 국내 휘발유 가격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이 때문에 운전자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유 가격도 연중 최고치를 기록,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주유소 종합정보시스템 오피넷은 26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보통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92.82원으로 올해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서울 여의도와 강남 등 일부 지역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98원으로 20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ℓ당 1465.58원으로 연중 최고치다. 하지만 서울 시내의 경우 ℓ당 1600원을 훌쩍 넘고 있고, 여의도 등 일부 지역에선 ℓ당 1828원에 판매되고 있다.
올해 초 1298.89원이던 휘발유 가격은 지난 6월29일 ℓ당 1654.58원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한 달 가까이 내림세를 유지했다. 이후 지난달 28일 1621.19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선 후 한 달여간 한 번의 하락도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ℓ당 1764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그 뒤를 제주(1707.21원) 부산(1698.79원)이 잇고 있다. 반면 전북은 1669.69원으로 전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낮았다. 회사원 김모(43)씨는 "휘발유 가격이 너무 올라 올해 초보다 한 달 10만원 정도 더 들어간다"면서 "차를 운전하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경유는 비교적 고른 가격 흐름을 보이다 최근 석 달 사이 많이 올랐다. 경유 가격은 올해 초 ℓ당 1275.89원을 기록한 뒤 등락을 반복하다가 5월 말까지 1300원대 초반으로 다소 상승했다. 하지만 6월 초부터 급등세로 전환된 후 6월13일 올 들어 처음으로 1400원을 넘어섰다. 이후 얼마간 등락을 반복하다가 휘발유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28일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후 26일까지 한 달여간 한 번의 하락도 없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1t 용달차를 이용해 아파트 단지를 돌며 식자재를 팔고 있는 이모(49)씨는 "판매마진은 줄어드는데 기름값은 너무 올라 장사를 해도 손해 볼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국제제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휘발유(옥탄가 92 기준) 가격은 올해 초 배럴당 42.65달러로 출발한 후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 11일 82.47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6일에는 80달러로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올해 초 가격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경유(황 함유 0.05% 기준) 가격 역시 올해 초 60.39달러에서 26일에는 79.43달러로 오른 상태다.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악화된 점도 석유제품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달 휘발유의 1차 정제마진은 배럴당 -5.0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원유 1배럴로 석유제품을 만들면 배럴당 5.08달러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나빠지면서 정유사들 입장에서는 국제제품 가격에 한층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수급 상황에 따른 가격 변수가 존재하긴 하지만 향후 휘발유 가격은 대체로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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