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일본 국민은 변화를 선택했다.
일본 국민은 30일 54년간 지속돼온 자민당 일당 지배 체제를 끝내고 민주당에 국정을 맡겼다. 민주당은 300석이 넘는 거대 여당의 위치에서 대내외적으로 '새로운 일본' 건설을 위한 혁명적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불어닥칠 혁명적 변화=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는 이번 선거를 "혁명적 목적을 지닌 정권 교체"라고 규정했다. 전 분야의 변화를 예고한 대목이다.
내부적으론 관료주의를 손보는 것에서 대개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정책을 관료가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재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의원 100명을 정부 조직 전면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경제 분야에선 무게중심을 복지 쪽으로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 관계 변화도 주목되는 분야다. 민주당은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강조하고 있어 대미 외교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한·일 관계는 순조로운 출발이 예상된다. 하토야마 대표는 양국간 최대 갈등 요인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재일교포 중심으로 추진중인 일본 내 영주 외국인 참정권 운동에도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공약집에서 "영토주권을 갖는 독도"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있어 독도 문제를 둘러싼 외교 마찰 소지는 여전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넘어야 할 장벽도 많다. 민주당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상왕'으로 불리는 오자와 이치로 대표 대행과 하토야마 대표 간의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 민주당 정권의 조기 좌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일본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자민당식 인맥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당장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참의원에서 사민당과 국민신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중의원 선거 압승 여세를 몰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단독 과반수를 확보할 태세다.
◇예견된 자민당의 사망 선고=부패와 금권정치로 점철돼온 자민당식 통치 체제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민심이반은 극에 달했다. 따라서 변화는 필연이었다는 게 선거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는 1990년대 장기 불황을 계기로 표면화된 저성장·고효율 정치 구조는 새 일본 건설의 필요성을 국민 마음속에 각인시켰다.
특히 자민당의 최대 강점이었던 집권 능력 면에서 국민 신뢰를 상실한 점이 최대 패배 요인으로 꼽힌다. 2005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사임 이후 잦은 총리 교체와 실정은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앗아갔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대변되는 우파 지향적 정책들은 중도파들의 이탈을 가속화시키며 지지층 붕괴로 이어졌다.
반대로 민주당은 자민당이 헤매는 동안 틈새를 파고들었다. 자민당의 60∼70대 정치인에 맞서 40∼50대 신진들을 전면에 내세워 대면접촉을 강화했다. 선거 전략 면에서도 '관료'가 아닌 '국민'을 내세움으로써 젊은층과 서민층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압승은 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다 자민당에 대한 실망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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