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유출’ 막을 수 있어도 못 막았다

‘해운대 유출’ 막을 수 있어도 못 막았다

기사승인 2009-08-30 16:40:01

‘내용 검색’ 필터링 시장,저작권자들 원본 제공 외면

[쿠키 IT] 올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국내 영화 ‘해운대’의 불법 유출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런 사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 수 개월전 등장했음에도 저작권자측과 기술사업자간의 원활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제 2의 해운대 사건’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영제협)와 디지털컨텐츠네트워크협회(DCNA)는 지난 5월 30여개 웹하드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6월 말까지 ‘DNA 필터링’ 기술을 도입하도록 했다.

‘DNA 필터링’ 기술이란 영화의 제목이나 용량 등이 아닌 영화의 내용을 기반으로 불법 유출·유통되는 콘텐츠를 가려내는 기술로 현재 불법 유통 콘텐츠를 검색해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기술로 통한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애초에 불법 콘텐츠의 업로드 자체가 불가능하다. 당시 영제협은 자체 테스트를 통해 DNA 필터링을 보급하는 업체로 뮤레카, 엔서즈 등 3곳을 선정했다.

다만 이 기술은 저작권자들의 ‘원본 제공’이 전제돼야 한다. 원본이 제공돼야 전체 내용에 대한 필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저작권자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

뮤레카 관계자는 “기술 상용화 이후 저작권자들이 정식으로 저작권 보호를 요청하면서 원본이 제공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해운대는 다수의 웹하드 사이트를 통해 고화질 영상이 동시 다발적으로 유출됐으며, 이 중 상당수 사이트가 DNA필터링 기술을 도입한 사이트로 알려졌다. 즉, 이 영화의 원본이 제공됐었다면 업로드 자체가 안 돼 피해를 사전 차단하거나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던 셈이다.

저작권자들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 업계에서는 자칫 영화 원본을 웹하드업체에 제공했다가 내용이 유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한데다 영화 원본제공이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반면 현재 뮤레카측과 DNA 필터링 기술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영화제작자협회(MPAA)의 경우 저작권자들의 원본 제공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저작권 보호 등을 위해 1만여 저작권자들이 자신들의 원본DB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허가가 되든 신고가 되든 정당한 기술 사업자들의 저작권 보호에 나설 수 있도록 공동의 원본DB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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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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